日언론 "AI도 중국이 지배하나"…유럽 뚫은 로보택시, 세계 표준 노린다

기사등록 2026/07/29 00:15:00
[서울=뉴시스] 중국 광둥성 선전 도로의 자율주행 차량.(출처: 바이두) 2026.04.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준형 기자 = 중국이 로보택시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수출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AI 서비스를 해외에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AI 기술의 국제 표준까지 장악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8일 'AI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AI 서비스와 관련 기술을 해외에 확산시키며 세계 AI 시장의 주도권은 물론 기술 표준까지 선점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사업이다. 바이두 계열 로보택시 기업 아폴로고는 스위스 국영 우편기업 산하 버스 운영사인 포스트버스와 제휴해 2027년 상반기부터 스위스 동부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문은 "지난 2년 동안 싱가포르와 슬로바키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수십 건의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며, 차량과 운행 데이터를 포함한 핵심 기술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로보택시뿐 아니라 무인배송차와 서비스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이퀄오션에 따르면 해외 거점을 마련한 중국 피지컬 AI 기업은 70곳이 넘고, 추가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도 20곳에 달한다.

중국의 무인배송차 업체 네오릭스는 이미 수십 개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닛케이는 "해외 진출 속도만 놓고 보면 중국 기업들이 미국 경쟁사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며 "구글 웨이모 등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자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수익성이 낮은 내수 시장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로보택시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택시 운전기사 공급 과잉과 낮은 운임 때문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바이두는 지난해 후베이성 우한에서 로보택시 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에는 관련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쟁사 포니AI도 일부 도시에서만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해외 시장은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닛케이는 "우한에서 10㎞를 운행하면 요금이 약 23위안(약 5000원)이지만 스위스 장크트갈렌에서는 같은 거리 운행 요금 44스위스프랑(약 7만8000원)에 달한다"며 "이 같은 가격 차이가 중국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우선시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서비스에 월 구독료를 내는 소비자가 적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AI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기업들의 정보기술(IT) 투자 규모도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AI 기업들이 내수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AI 서비스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공산당은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AI 기업들도 인력 감축 효과를 공개적으로 강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중국 IT 기업들은 AI 코딩 도구 확산으로 프로그래머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이를 외부에 적극 알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기사들의 반발로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가 수개월간 중단됐고, 올해 4월에는 AI 때문에 해고됐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도 나왔다.

신문은 남캘리포니아대 장후웨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의 AI 서비스 수출은 AI 확산이 국내에 가져오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해외로 외부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노동력이 부족한 서방 국가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봤다. 닛케이는 "서방 국가들은 중국과 달리 노동력 부족이 심하고 택시기사 상당수를 이민자에게 의존하고 있어 중국산 AI 서비스가 오히려 환영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서비스 수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기준으로 중국의 서비스 수출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두 배 증가해 연간 5100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품 수출 증가율은 40% 수준에 그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AI 개발은 국제 협력이라는 교향곡이어야 한다"며 개방형 AI 모델 확대 방침을 밝히는 등 중국을 'AI 공공재 공급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닛케이는 "중국이 수출하는 것은 AI 서비스만이 아니다"라며 "AI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술 규격과 산업 표준까지 함께 세계에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로보택시처럼 아직 국제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서는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한 기업의 방식이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기업들조차 향후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중국 방식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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