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갈라" "꽁꽁 숨어있던 님프들"…'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개막

기사등록 2026/07/27 19:19:04

허용순 안무 세계 초연 포함 신작 공개

상업성 지운 착한 갈라…지역 문화향유 확대

29일 충북 음성군 시작으로 8월 1~2일 서울 공연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27. dazzling@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개런티와 관련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안 씁니다. 그보다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들이 이 무대에 서고 싶고, 한국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공연에 옵니다."

조주현 예술감독이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무용단 소속의 한국인 무용수들이 이번 무대에 서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 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교수인 조 예술감독은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무용수들에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무용수들이 열정 페이 정도로 개런티를 받지만 희생한다는 생각이 아닌,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춤을 춘다"고 강조했다.

장광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 제작감독은 "상업적인 갈라 공연이 아니라, 공공성을 띠기 때문에 관람료가 최저 1만 원짜리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제작비 부담이 크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정적 압박 속에서도 공연이 지닌 가치는 분명하다. 장 제작감독은 발레 스타 김기민(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을 비롯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최영규, 파리오페라 발레단 에투알(수석) 박세은에 이르기까지 해외 유수 발레단에서 인정받고 있는 무용수들이 이 공연의 '영스타' 무대를 거쳐갔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최수정 독일 라이프치히 발레단 무용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6.7.27. dazzling@newsis.com
올해 23회차를 맞은 이번 공연에서도 해외 초청 무용수 섭외에 깐깐한 기준을 적용했다. 조 예술감독은 "실력이 있지만 꽁꽁 숨어 있는 훌륭한 무용수, 소위 '수풀 속의 님프(요정)'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무용단 입단 5년 이상 된 무용수 중 그 발레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와 세계 무용계 흐름을 국내에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섭외했다"고 부연했다.

상업성을 지운 '착한 갈라'의 행보는 지역 문화 향유권 확대로 이어진다. 장 제작감독은 "좋은 작품을 서울 시민만을 위해 공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재작년 제주, 작년 거제에 이어 올해는 무용 공연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충북 음성군을 찾는다"고 밝혔다.

특히 본 공연 전날인 28일에는 지역 인프라 육성을 위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허용순 초청 안무가와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의 정서현 무용수가 직접 강사로 나서는 '해외무용스타와 함께 하는 발레 클래스'가 진행된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윤서후 프랑스 파리오페라 발레단 무용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6.7.27. dazzling@newsis.com
무용 전공생이 단 6명 남짓에 불과한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도 이들은 2시간의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후배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최수정, 정서현, 허용순이 패널로 나서고 장광열 감독이 사회를 맡는 '해외 무대 진출 이렇게 준비해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도 건넨다.

이어 29일 음성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본 공연에는 해외 스타들뿐만 아니라 충북예고무용단('서한우류 버꾸춤')과 지역 영스타인 어지우(충북예술고 부설 영재교육원), 정한별(동성중), NKMC('우리동네')도 함께 무대에 올라 지역 연계의 의미를 더한다. 서울 공연은 8월 1일과 2일 양일간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이어진다.

유명 고전 하이라이트를 탈피하고 '초연작'을 대거 배치한 점 또한 이번 공연의 묘미다. 올해는 세계 초연 2개를 포함해 총 7개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제1회 공연 당시 무용수로 참여했던 허용순 전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이번에 초청 안무가로 금의환향했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해외 무용단 소속 무용수들. (왼쪽부터) 모이세스 카라다 팔메로스(Moisés Carrada Palmeros)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 무용수, 알레산드로 레펠리니(Alessandro Repellini) 독일 라이프치히 발레단 무용수, 막스 달링턴(Max Darlington)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 2026.7.27. dazzling@newsis.com
허용순 안무가는 "드라마틱한 감정이 돋보이는 '안나 카레니나'와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현대무용 '원 플러스 원(One + One)'을 통해 정서현 무용수의 상반된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 무용수 모이세스와 호흡을 맞추는 '원 플러스 원'은 이번 무대가 세계 초연이다.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윤서후는 소속 발레단의 프랑스 스타일을 대변하기 위해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레이몬다' 및 '백조의 호수'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그는 "이번에 공연하는 작품 중에서 가장 길이가 긴 14분짜리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최근 복싱을 배우고 체력을 길렀다"고 말했다.

2018년 유학 이후 최근 주역으로 데뷔하며 처음 고국 무대에 서는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의 정서현, 10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며 우베 숄츠 안무의 '천지창조' 등을 준비한 라이프치히 발레단의 최수정도 소속 메이저 발레단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3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다이라쿠다칸 컴퍼니 소속 양종예 무용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6.7.27. dazzling@newsis.com
발레 중심의 라인업에 전위무용인 '부토(Butoh)'가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일본 다이라쿠다칸 컴퍼니 소속 양종예 무용수는 최근 사이(SAI) 댄스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정체불명 X의 소환'을 무대에 올린다.

양종예 무용수는 "부토가 일본의 어둡고 암울한 춤으로만 인식되는 편견을 깨고 싶다"며 "우리 내면의 외면하고 싶은 어두운 방을 열어 정체불명의 존재와 대면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예술로서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 외에도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격자구조를 안무로 확장한 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15인 무용수의 화려한 군무 '몬드리안(Mondrian)', 조주현 안무가의 '그녀에게' 등이 관객을 만난다.

차세대 스타들의 무대도 빠지지 않는다. 최근 2026 모스크바 발레 국제 콩쿠르 시니어 듀엣 부문 1위를 차지한 이강원과 이승민(이상 K Arts 발레단)이 국내 초청 무용수로 참여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다. 또한 박큰별빛(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 정아라(선화예고), 허조은(덕원예고), 현지호(서울예고) 등 미래 한국 발레를 이끌어갈 '초청 영스타'들도 함께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