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대사 임명해 해외로 도피케 한 혐의
'범인도피 공범' 박성재·심우정·조태용 실형 구형
특검 "국가 권력기관, 한 사람 위해 조직적 은폐"
尹 "특검 여러분 안전할 것 같나…근거 없는 수사"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특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출국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특검 여러분은 안전할 것 같냐"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11일 선고할 예정이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범인도피 혐의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비서관,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겐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번 사건이 국가 핵심 기관이 함께 움직인 조직적 진실 은폐라고 규정했다.
특검팀은 "당시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가 없었고 정상적인 인사·출국금지 해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수직적 공무원 조직에서 상급자의 의중이 구두 지시와 통화 등을 통해 전달돼 일사불란하게 이행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외교부, 법무부 등 국가 권력의 핵심 기관이 한 사람을 사법절차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동원됐고, 관련자들의 침묵은 조직적 은폐를 보여주는 핵심 정황"이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사적·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과 국가 권력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사법절차를 무력화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군 수사기록은 회수되고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죄로 기소된 반면 핵심 수사 대상자는 외교관 신분 아래 수사를 피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도 방산 협력과 관행 등을 내세우며 범행을 합리화하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에 특검이 불법적 목적을 억지로 끼워 맞췄다"며 "공수처 수사 시기와 우연히 맞물려 이를 범죄로 둔갑시켰다. 일종의 소설을 쓴 것"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을 향해 "특검 여러분은 안전할 것 같죠?"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공수처의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에 대해 전부 알고도 근거 없이 기소한 것은 직권남용 혐의가 되고 나중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혐의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근거 없이 수사를 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최후진술을 한 것은 처음인데, 법정에 앉아서 느낀 바를 마지막 기회에 재판부에 솔직하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VIP 격노설'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은 방산 협력을 위해서고, 범인 도피 의도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가 저와 견해를 달리하신다면 이건 대통령의 헌법상 외교권에 대해 제가 추진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의 귀속은 저에게 있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박 전 장관 측과 심 전 총장 측도 직권남용이나 범인도피 공동정범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최후진술에서 "공모를 인정하려면 피고인들 사이에 어떤 의사 연락이 있었는지를 특검이 입증해야 한다"며 "특검은 관련 진술과 객관적 자료를 왜곡해 저를 기소했다"고 말했다.
심 전 총장도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결정은 절차와 내용 모두 적법했고 이를 범인도피나 직권남용으로 해석할 수 없다"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지시를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9월 11일 오후 2시 선고할 예정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호주대사에 임명한 뒤 출국·귀국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로 순직해병 특검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공모했단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 등 법무부, 국가안보실, 대통령실 인사 등도 함께 기소됐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장관직 탄핵을 추진하자 같은 해 9월 사임했다.
사임 5개월 만인 이듬해 3월 호주대사에 전격 임명된 후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대사에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돼 같은 달 사임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른바 'VIP 격노' 전화를 받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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