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이 지나도 유효한 '카르페 디엠'…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7/26 09:00:00

동명 영화 무대로 옮겨…연극 만의 상상력 더한 연출 눈길

1993년 데뷔한 차인표, 연극 첫 도전…친구 같은 키팅 연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 장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오 캡틴! 마이 캡틴!"

학생 한 명이 책상 위로 올라서 외친다. 교장은 당장 내려오라고 호통치지만, 이내 또 다른 학생이 책상 위에 오른다. 그렇게 교실 곳곳에서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는 외침이 이어진다. 그 순간 교실은 더 이상 교실이 아니라 존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증명하는 공간이 된다.

1989년 로빈 윌리엄스 주연으로 개봉해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이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지난 18일 개막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동명 영화를 옮긴 작품이다.

이야기는 1959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엄격한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학생들은 입시와 성공만을 강요받지만, 새로운 영어 교사 존 키팅은 학생들에게 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라고 가르친다.

그의 수업으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비밀 모임 '죽은 시인회'를 부활시키지만, 학교와 부모가 강요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 장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가 개봉한 지 37년이 지났지만 입시 경쟁이나 부모와 사회의 기대 속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의 모습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 더욱이 최근 교권 문제를 계기로 교육의 본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만큼, 키팅이 보여주는 '참 스승'의 모습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키팅은 권위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고, 정답보다 질문을 품게 한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마음을 쓰는 그는 학생들이 만난 어른 가운데 "너희는 인생에서 어떤 시를 쓰게 될까"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너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며 "카르페 디엠"을 가르치지만, 그것이 무모하게 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도전할 때와 물러설 때가 있고, 현명하다면 그걸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키팅의 말은 주체적인 삶의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원작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연극만의 연출을 더한 만큼, 영화와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학생들이 부르는 교가로 시작한 작품은 극 전반에 음악을 적극 활용해 몰입감을 높인다. 학생들이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구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을 랩처럼 외치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장면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죽은 시인회' 모임을 위해 동굴로 향할 때 손전등 불빛을 활용한 연출은 연극만의 상상력을 더한다. 배우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를 꺾지 못한 닐 페리가 마지막 선택에 이르는 장면에서 동굴 속 아이들과 나란히 배치된 연출도 인상적이다.

마지막 장면도 영화와는 다르게 마무리된다.

떠나는 키팅을 "캡틴"이라 부른 학생들은 책상 위에 올라선 채로 그에게 배웠던 "나는 깨어 있는 인생을 살고자 숲으로 들어갔다. 인생의 본질을 만끽하기 위해! 쭉정이들을 버리기 위해!"를 입모아 외친다.

그가 가르치고자 했던 삶의 태도가 학생들의 마음속에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긴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포스터.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키팅 역에는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이 캐스팅됐다.

1993년 배우로 데뷔한 차인표는 33년 만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섰다. 그간 매체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학생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친구 같은 교사이사이자,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스승 키팅의 모습을 보여준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9월 13일까지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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