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배'도 50도엔 못 버틴다…아프리카 낙타 폐사 잇따라

기사등록 2026/07/23 16:41:58

에티오피아 목축민 한 달 새 새끼 낙타 8마리 잃어

소말리아 조사선 사육 가구 45.9%가 낙타 폐사 경험

북아프리카 10년마다 0.43도 상승…일부 지역 50도 넘어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나들면서 혹독한 더위와 가뭄을 견디는 낙타마저 폐사하고 있다. 낙타가 열 스트레스로 병들고 젖 생산량까지 줄면서 낙타 사육으로 살아온 목축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북동부 아파르 지역의 낙타 목축민 알리 우메르가 최근 한 달 동안 극심한 더위로 새끼 낙타 8마리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우메르는 세메라 일대에서 낙타 약 500마리를 기르고 있다.

우메르는 “낙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눈물을 흘린다”며 “뜨거운 모래에 앉으면 피부가 데고 배 쪽 털도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시원한 공기를 가져오던 바람마저 이제는 뜨거운 열기를 몰고 온다”고 했다.

세계 단봉낙타의 약 80%는 북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북동부의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사육된다. 아프리카의 뿔은 에티오피아·소말리아·케냐 등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소를 기르던 목축민들까지 더위와 물 부족을 잘 견디는 낙타로 사육 가축을 바꿔왔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의 평균기온은 1991년부터 2025년까지 10년마다 0.43도씩 상승해 아프리카 6개 권역 가운데 가장 빠른 온난화 속도를 기록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2024년 5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낙타는 외부 기온이 약 40도까지 올라가도 낮 동안 체온이 몇 도 오르고 밤에 다시 내려가는 특성 덕분에 땀을 덜 흘린다. 농축된 소변과 마른 변을 배출해 물 손실을 줄이고, 두꺼운 털로 강한 햇볕을 차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낙타 전문가 모하메드 벵구미 박사는 사하라 일부 지역의 여름 기온이 50도를 넘는 날이 잦아지면서 심각한 열 스트레스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알제리 가르다이아대의 압델마지드 체마 교수도 41~45도에 이르는 고온이 낮과 밤 내내 이어지면 낙타의 백혈구를 비롯한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열 스트레스를 받은 낙타는 몸속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기 위해 신진대사를 늦춘다. 그 결과 사료 섭취량이 줄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체중과 젖 생산량도 감소한다.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번식 능력도 떨어진다.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맞댄 케냐 북동부 마르사비트 지역의 수의사 하산 누야 구요는 과체온 증상을 보이는 낙타를 진료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에서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더위로 죽은 낙타 수가 15%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높은 기온 자체뿐 아니라 가뭄으로 물과 먹이가 줄고 그늘을 찾기 어려워지는 것도 낙타의 생존을 위협한다. 2021~2022년 아프리카의 뿔을 덮친 가뭄은 강수 부족에 높은 기온으로 인한 수분 증발 증가가 겹치면서 더욱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에티오피아 남부 목축민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조사에서도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날씨가 낙타의 건강과 생산성, 번식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난달 발표된 소말리아 연구에서는 낙타를 기르는 5925가구 가운데 45.9%가 가뭄으로 낙타를 한 마리 이상 잃었다고 보고했다. 북부 솔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72.9%에 달했다. 다만 이 연구는 2020년 가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수치는 죽은 낙타의 비중이 아니라 낙타 폐사를 경험한 가구의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더위와 가뭄을 피해 낙타 떼를 이끌고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물과 초지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남부로 이주하는 목축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니엘 겔란 에티오피아 비전대학 교수는 “계절에 따른 이동이 아니라 북부에서는 더 이상 낙타를 기를 수 없어 아예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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