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만 몰두해요"…임상의 반복 업무 돕는 AI

기사등록 2026/07/24 07:01:00 최종수정 2026/07/24 07:22:25

연구 돕는 멀티에이전트 의료 AI 'AMIST' 개발

논문 검색·영상 분석·환자 데이터 해석까지

논문 검색 1.6초 만에…시간 30배 단축해줘

[서울=뉴시스] AMIST 실행 화면.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회복 경과를 연구 중인 재활의학과 A 교수는 하루 종일 외래 진료와 수술을 마친 뒤 늦은 밤이 돼서야 연구를 시작한다.

환자의 수술 전후 보행 데이터를 직접 정리하고 엑스레이(X-ray) 영상에서 관절 각도를 측정한 뒤, 비슷한 증례와 관련 논문·임상시험 정보를 다시 검색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논문 한 편을 준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과 삼육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연구도 수행하는 임상의의 연구 업무를 지원하는 멀티에이전트 기반 의료 AI 플랫폼 'AMIST'(AMC Motion Intelligence Science Team)를 개발했다.

AMIST는 보행 데이터 분석, 의료영상 판독, 논문·임상시험 검색, 임상 보고서 작성까지 연구 준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지원해 의료진이 반복 업무 대신 연구 설계와 해석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AMIST는 논문 검색, 환자 데이터 분석, 의료영상 판독, 환자 설문 평가, 생체역학 시뮬레이션, 임상 보고서 작성까지 연구 과정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AI 연구 동료(AI Co-Scientist) 시스템으로, 의료진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AI 파트너 역할을 한다. 특히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연구·분석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AMIST를 개발한 연구팀은 최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한 ‘2026 AI Co-Scientist Challenge Korea’에서 최종 2위에 올라 최우수상(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임상의의 연구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연구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의료 AI 플랫폼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여운하 박사를 팀장으로 재활의학과 전재용·손우철 교수, 김은하 연구코디네이터, 의공학연구소 천화영 박사, 정형외과 송주호·박세한 교수 등이 참여했다. 삼육대학교에서는 인공지능융합학부 류한철 교수와 이현욱·서지윤 연구원이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임상의는 진료와 수술, 연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지만 연구 준비 과정에서 반복·단순 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환자 차트와 영상, 검사 결과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돼 있고 문헌 검색이나 데이터 정리 같은 반복 업무 부담도 커 연구 아이디어가 실제 연구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러한 임상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MIST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AMIST는 연구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총 6개의 전문 AI 에이전트로 구성됐다. ▲논문과 임상시험 정보를 탐색하는 리서치 에이전트(Research Agent)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테이터 에이전트(Data Agent) ▲엑스레이(X-ray)와 보행 영상을 분석하는 비전 에이전트(Vision Agent) ▲생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시뮬레이션 에이전트(Simulation Agent) ▲환자 음성 기반 설문을 지원하는 프롬 에이전트(PROM Agent) ▲최종 임상 보고서를 생성하는 리포팅 에이전트(Reporting Agent) 등이다.

기존 의료 AI가 단일 기능 중심이었다면, AMIST는 문헌 검색·영상 분석·환자 데이터 해석·보고서 작성 등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통합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일상적인 말투로 질문하면 전체 흐름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AI(Supervisor AI)가 질문 의도를 파악해 논문 검색, 영상 분석, 환자 데이터 해석 등 가장 적합한 전문 AI를 자동으로 연결한다. 이후 크리틱·베리파이어 AI(Critic·Verifier AI)가 결과의 오류나 근거 부족 여부를 다시 점검해 신뢰성을 높인다.

[서울=뉴시스] AMIST 실행 화면.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리서치 에이전는 펍메드(PubMed), 오픈알렉스(OpenAlex) 등 글로벌 의학 데이터베이스와 내부 논문 저장소를 동시에 검색해 관련 논문과 임상시험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또 저널 영향력 지수(JCR)와 연구 중복 여부를 자동 분석해 연구 설계 단계의 효율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을 적용해 논문 검색 시간을 기존 48초에서 1.6초로 약 30배 단축했으며, 데이터 저장 효율은 99.2% 개선했다고 밝혔다.

비전 에이전트는 경추 엑스레이에서 척추 만곡 정도를 나타내는 'C2-C7 Cobb각'을 자동 측정하고, 보행 영상을 분석해 보행 속도와 좌우 대칭성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기존 수작업 기반 판독보다 시간을 줄이고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수술 전후 보행 변화와 관절 기능 회복 상태를 정량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롬 에이전트는 환자 음성 기반 설문 시스템이다. 고령 환자도 자연어로 답변할 수 있으며, AI가 환자의 응답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다시 설명해주는 'Comprehension Rescue Engine'을 탑재했다. 기존 전자 설문 시스템이 단순 응답 수집에 그쳤다면, AMIST는 응답 신뢰성까지 검증하도록 설계됐다.

데이터 에이전트는 환자의 검사 수치와 보행 데이터, 치료 전후 변화 등을 구조적으로 분석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한눈에 비교·해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물레이션 에이전트는 근골격계 움직임을 기반으로 생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수술 전후 관절 움직임과 힘의 변화를 분석한다. 리포팅 에이전트는 각 AI 에이전트의 분석 결과를 통합해 임상 보고서를 자동 생성한다. 의료진은 문헌 근거와 환자 분석 결과를 하나의 보고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또 AMIST는 생성형 AI의 한계로 지적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줄이기 위해 ‘Critic·Verifier Layer’를 적용했다. 생성 AI가 만든 결과를 다른 AI 모델이 다시 검증하고, 이후 의료진이 승인·반려·수정 여부를 결정하는 다층 구조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의료 AI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의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용성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95%가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고, 시스템 안정성은 4.70점, 데이터 접근 직관성은 4.65점, 임상 현장 도입 적합성은 4.35점으로 평가됐다. 기존 업무 대비 효율이 향상됐다는 응답은 75%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80%가 허위 정보(Hallucination)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현재 정형외과·재활의학과 교수진과 협력 연구를 진행 중이며, 13개 이상의 진료과로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 내부 서버에서 직접 운영 가능한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과 전자의무기록(EMR) 연동 구조를 지원해 실제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성과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지원 'AI기반 맞춤형 케어 서비스 융합선도'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축적한 임상 빅데이터와 AI 모델링 역량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골관절염·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AI 플랫폼의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번 수상은 파편화돼 있던 의료 데이터 연계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플랫폼의 실용성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 의료진이 반복 업무 부담을 줄이고 연구 설계와 가설 수립 같은 고부가가치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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