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에 유가 95달러…美 금리인상 우려에 강세장 시험대

기사등록 2026/07/23 15:04:24

美 10년물 국채 4.65%·30년물 5.14%…7월 금리인상 확률 31.5%

기술주·중소형주 동반 하락…"연준 금리 올리면 역효과"

[뉴욕=AP/뉴시스]17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2025.04.18.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이란전쟁 격화로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함께 오르면서 4년째 이어진 미국 증시 강세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유가 상승이 물가 압력을 키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되살리자 그동안 상승장을 이끈 기술주가 가장 먼저 압박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이 선박을 공격할 때마다 이란의 다리나 발전소 한 곳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군은 이날 밤 이란을 다시 공습했고,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미국과 이란의 임시 휴전 이전 수준인 배럴당 95달러를 다시 웃돌았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65%로 전쟁 발발 3개월 뒤인 지난 5월 기록한 고점에 근접했고, 30년물 수익률은 5.14%를 기록했다.

30년물 수익률이 5% 위에 머문 기간은 2007년 이후 최장 기록에 근접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 정부·기업·가계의 차입 비용을 높인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유가 상승이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며 두 요인이 연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기금 금리 선물에 반영된 7월 금리인상 확률은 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전날 25.7%에서 이날 한때 33.7%까지 올랐다가 31.5%로 낮아졌다. 금리인상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투자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지난 6월30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얕은 물에 서 있다. 2026.07.09.
연준은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다음 정책 결정을 미리 알려주는 선제 지침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월가는 앞으로 모든 회의에서 금리가 바뀔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고 있다.

금리 부담은 실제 주가에도 반영됐다. 이날 S&P500 정보기술 업종지수는 약 1.3% 하락했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0.8%가량 내렸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져 상승 폭이 컸던 기술주가 특히 압박받고,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주에도 불리하다.

2022년 10월 시작된 이번 강세장은 오는 10월이면 4년을 맞는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큰 빅테크가 S&P500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시장 전반의 체력이 탄탄한지는 불확실하다.

상승세가 기술주 밖의 다른 업종으로 확산된 시기도 있었지만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500개 종목에 같은 비중을 주는 S&P500 동일가중지수가 일반 지수에 뒤처진 것도 상승 종목의 폭이 충분히 넓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휘트먼기지=AP/뉴시스] 미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22일(현지 시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마치고 미주리주 휘트먼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2025.06.23.
AI 투자 붐을 제외하면 미국 경제 전반이 다시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시 휴전이 무너지면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다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패트릭 디한 개스버디 석유분석 책임자는 앞으로 몇 주 안에 갤런당 4.15∼4.2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로 투자해온 대형 기술기업도 실적으로 투자비를 정당화해야 한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이 1198억달러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1950억∼2050억달러로 높였다.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로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약 3% 하락했다.

러너는 “강세장 추세 자체는 아직 유효하다”면서도 7월 이후 주가의 등락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라지는 듯했던 유가와 금리 위험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로버트 파블릭 다코타웰스매니지먼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전체가 AI 기업의 실적과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지를 보고 있지만 금리는 시장과 경제에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지만 출구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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