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곧 경제"…AI 버블 흔들리면 美 경제도 흔들

기사등록 2026/07/23 15:26:30

증시 시총, GDP의 2.5배…AI 투자 둔화 땐 소비·투자·고용 동반 충격 우려

"AI 랠리가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와 부유층 소비까지 떠받쳐"

AI 기업 실적 실망만으로도 시장 급락 가능성…경제 전반으로 충격 확산 경고

[뉴욕=AP/뉴시스]  2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늘어 75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배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 3월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경. 2026.07.22.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다'라는 금융계 오랜 격언이 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이 증시와 실물경제를 동시에 떠받치면서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늘어 75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배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증시 호황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지만 실제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조달러 규모의 자금이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발전소, 송전망 건설에 투입되고 있으며,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불어난 고소득층의 소비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와 소비는 인플레이션과 관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경제를 지탱해왔다. 반면 AI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7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는 'AI 버블 붕괴'가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으로 꼽혔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금까지 모든 것을 떠받쳐온 것은 AI 서사"라고 말했다.

올해 S&P500 상승분의 약 절반은 AI 관련 종목에서 나왔다. 메타·알파벳·아마존·애플·테슬라·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매그니피센트7'이 미 상장주식 전체 가치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증시 폭락이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0% 넘게 폭락했지만, 실업률이나 GDP 같은 실물 지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증시 규모가 훨씬 커져 주가 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됐다.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주식 자산이 100달러 늘어날 때마다 상품과 서비스 소비는 약 3달러 증가하는 '부의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현재 가치에서 증시가 30% 하락하면 소비지출이 약 7000억달러 줄어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위험은 AI 투자 둔화가 증시와 실물경제를 동시에 압박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AI 투자 수익이 예상보다 늦게 나타난다고 판단해 지출을 줄이면 AI 기업과 공급업체의 성장 전망이 낮아지고, 이는 주가 하락과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등 인프라 건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건설업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 동시에 증시 하락으로 고소득층의 소비까지 위축되면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I 대기업들이 이미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데다 시장 열기가 식더라도 기업들의 AI 도구 사용이 곧바로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AI 분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주요 AI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데다 시장 열기가 식더라도 기업들의 AI 도구 사용이 곧바로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AI 분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 이후에도 자금이 부동산 등 다른 부문으로 옮겨가며 2001년 경기침체는 짧고 완만하게 끝났다.

다만 당시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충격을 기술 부문에 국한시킬 수 있었던 반면, 현재는 수년째 높은 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연준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AI 버블이 언제 꺼질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주식시장발 경기침체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자들이 AI 기업의 높은 성장을 전제로 베팅한 만큼 실적이 기대에 조금 못 미치거나 투자금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정도의 실망만으로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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