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옛소련 점령 잔재 제거위해 '붉은군대' 전사자 묘지 이전 추진…러와 충돌

기사등록 2026/07/22 18:44:52

러시아, "러시아 민족에 대한 차별" 국제법정 공방 준비

[젤로브(독일)=AP/뉴시스]2017년 5월8일 독일 베를린에서 동쪽으로 70㎞ 떨어진 젤로브의 집단 매장지에서 폭스바겐 자선단체의 요아힘 코즐로프스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붉은 군대'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옛 소련 점령의 마지막 잔재를 제거하기 위해 수도 빌뉴스 외곽에 있는 2차대전 전사자 묘지 이전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와의 정치적 충돌의 무대가 됐다고 프랑스24가 22일 보도했다. 2026.07.22.

[서울=뉴시스] 유세진 기자 = 리투아니아가 옛 소련 점령의 마지막 잔재를 제거하기 위해 수도 빌뉴스 외곽에 있는 2차대전 전사자 묘지 이전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와의 정치적 충돌의 무대가 됐다고 프랑스24가 22일 보도했다.

빌뉴스 서쪽 비에비스의 고고학자들은 토양층을 조사하면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러시아가 설치한 많은 기념 유적지 중 하나에서 붉은 군대 병사들의 뼈를 조심스럽게 발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동맹인 리투아니아는 1990년 독립 직후 대부분의 소련 기념물을 철거했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무덤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무덤은 많은 사람들이 소련 지배의 마지막 가시적 상징으로 여겼었다.

현장의 수석 고고학자 타다스 시모나우스카스는 팀이 발굴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념관 부지는 선전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특히 뒤틀린 가스관의 잔해는 러시아가 여전히 "위대한 애국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옛 소련이 설치한 영원한 불꽃의 유일한 잔해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의 가장 중요한 장 중 하나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 이 용어는 연합군이 동부 전선에서 나치 독일과 싸웠기 때문에 소련 붕괴 이후 많은 국가들에 의해 점령 현실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거부됐었다.

발굴 현장을 지나던 지역 연금 수급자 페트라스 마르티시우스는 "기념관은 우리가 소련에 의해 '해방'됐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곳에 세워졌다"며 "좀더 일찍 옮겨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로 접어들면서 다음 침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직후 리투아니아 의회는 이른바 '탈소비에트화' 법안을 통과시켜 마지막 소련 기념물 철거와 묘지 이전의 길을 열었다. 당시 리투아니아의 문화유산 목록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군인들의 매장지가 157곳이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가 리투아니아의 승인 없이 유적지를 변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적지 4곳에 대한 보호 상태를 취소했다.

리투아니아는 2023년 7월 처음으로 북부의 작은 마을 푸메나이에서 옛 소련군 무덤을 이전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4월에는 북부 도시 시아울리아이에서, 7월 초에는 비에비스에서 소련 무덤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는 이러한 발굴에 분노, 역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라고 비난했고, 리투아니아 대사를 여러 차례 소환해 "야만적 계획"이라고 항의했었다.

러시아는 현재 러시아 민족에 대한 차별 혐의로 국제 법정 공방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리투아니아의 옛 소련군 전사자 묘지 이전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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