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4% 줄었지만 조정 EBIT 29.8% 증가
규제 완화 타고 고수익 픽업트럭·SUV 생산 확대
전기차 손실 16조원…관세 부담에도 경쟁사보다 선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GM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규제 완화와 방산 확대 정책에 맞춰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GM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50% 넘게 올랐고, 2분기 실적 발표 뒤에도 약 5% 상승했다. 규제 완화로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실적 개선이 관세 부담에 대한 우려를 누른 것으로 분석됐다.
GM의 2분기 미국 판매량은 71만4896대로 전년 동기보다 4% 줄었다. 그러나 GM 전체 매출은 1.9% 증가한 480억2600만달러(약 71조원), 조정 이자·세전이익(EBIT)은 29.8% 늘어난 39억4300만달러(약 5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조정 EBIT는 이자와 세금을 차감하기 전 이익에서 구조조정 비용 같은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지표로, 본업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반면 전기차 사업 재편 비용 등이 반영된 순이익은 31.1% 감소한 13억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그쳤다.
GM은 올해 조정 EBIT 전망치를 기존 135억~155억달러에서 140억~160억달러(약 20조7000억~23조7000억원)로 높였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변명하지 않는다. 계속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면서 GM은 손실이 이어지는 전기차 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관세와 고유가는 부담이 됐지만 GM이 입은 타격은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
바라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도 집권 1기 때와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GM의 인력 감축과 공장 폐쇄를 문제 삼았고, 캘리포니아주의 독자적인 배출가스 기준을 지지한 바라 CEO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나 2기 들어 바라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을 직접 만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공개적인 충돌도 줄었다.
바라 CEO는 다른 자동차업체들이 관세에 반대할 때도 이를 불공정 경쟁을 바로잡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노력은 로비 지출에서도 드러났다. GM은 올해 미국 기업 가운데 연방정부 로비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고 WSJ은 전했다.
GM은 주력 제품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려던 구상에서도 한 걸음 물러섰다. 다만 전기차 판매와 신차 개발은 계속하고 있다. GM이 2025년 중반 이후 반영한 전기차 관련 손실은 약 109억달러(약 16조1000억원)에 달한다.
관세가 부과된 뒤 GM은 미국 내 픽업트럭과 SUV 생산을 확대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신형 픽업트럭과 내연기관 방식의 고급 캐딜락 신차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판매 대수가 줄었는데도 매출이 늘어난 것은 상대적으로 비싼 픽업트럭과 SUV의 판매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의 사정은 더 어렵다. 도요타는 관세 여파로 북미 사업에서 손실을 냈고 포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후퇴로 GM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포드가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반영한 손실은 195억달러(약 28조9000억원)로 GM의 약 109억달러보다 많다.
GM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서 찾은 또 다른 기회는 방산이었다. GM은 지난달 록히드마틴과 무기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방산 자회사 GM디펜스는 쉐보레 콜로라도 ZR2 기반의 9인승 경량 보병분대차량(ISV)을 미 육군에 공급하고 있으며, 험비를 대체할 더 큰 차세대 차량 사업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바라 CEO는 미 육군이 예산 승인을 전제로 GM 방산차량 1만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GM디펜스는 지금까지 차량 약 1200대와 관련해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가 넘는 계약을 따냈다고 설명했다. GM은 올해 방산 부문에서 약 7억달러(약 1조원)의 매출과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방산이 GM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댄 레비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GM에 비용을 안긴 반면 규제 완화와 방산사업 확대는 이익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GM에는 “실보다 득이 컸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을 다시 손보면 북미 자동차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고유가와 미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력 약화도 판매를 끌어내릴 위험이 있다.
바라 CEO는 아직 수요 위축 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생산하는 차량은 모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픽업트럭과 SUV, 방산 등의 수익성 개선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2027년에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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