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송파·광교서 '매도인 대출' 매물 나와
강력한 대출 규제에 우회 수단으로 활용돼
대통령도 근저당권 설정…확산 여부 주목
22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도인이 자금을 조달해 준다는 조건을 명시한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 등록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용면적 59㎡ 매물(호가 28억6000만원) 홍보글에는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소개 문구가 기재됐다. 강남구 자곡동에선 지난달 29일 올라온 전용 59㎡ 매물(20억원)에 '집주인 대출 6억'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뿐 아니라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서도 개인이 자금을 조달해주겠다는 사례가 확인됐다. 한 아파트에서 호가 27억2500만원 대형 평형 매물이 매도인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와 함께 지난 21일 시장에 나왔다.
이처럼 시장에서 셀러 파이낸싱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강화된 금융 규제가 있다. 현재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이하 주택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제한된다. 제도권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적 금융이 우회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셀러 파이낸싱은 별도의 법적 규격이 정해져 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매도인과 매수인이 금리와 상환 기한 등을 담은 채권·채무 계약서를 작성한 뒤 공증을 거쳐 소유권 이전 등기와 동시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셀러 파이낸싱은 당사자 간 사적 채권 거래이므로 정해진 단일 방식은 없다"며 "보통 매도자가 시급하게 팔아야 할 때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이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거래도 셀러 파이낸싱의 구조를 띠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소유해온 양지마을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틀 뒤인 16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됐는데, 같은 날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도 설정됐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해당 거래에 대해 "매매는 통상적 방식으로 부동산을 통해 이뤄졌다. 근저당 설정은 10월 말에 처리될 미지급 잔금에 대한 근저당"이라고 밝혔다. 매수인과 사적 인연이 있거나 특수관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출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거래 사례가 공론화되면서 셀러 파이낸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협상 테이블에서 하나의 옵션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대통령이 했으니 국민들도 해도 되는 거죠", "대출 규제는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거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개인 간 거래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신 교수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채무 상환 능력과 재정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계약 이행이 안 될 경우 경매를 통한 채권 회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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