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속는다"…얼굴인식 교란하는 '적대적 의류' 유럽서 확산

기사등록 2026/07/23 00:05:00
[서울=뉴시스] 브랜드 캡에이블의 '적대적 의류'.(사진출처: 캡에이블 공식 홈페이지)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이지윤 인턴기자 = 얼굴인식 인공지능(AI)의 감시를 어렵게 만드는 기능성 의류가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얼굴인식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른바 '적대적 의류(Adversarial Clothing)'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적대적 의류는 특정 색상과 기하학적 무늬, 반복되는 패턴 등을 활용해 얼굴인식 AI가 얼굴의 윤곽과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의류다. 사람의 눈에는 일반적인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AI는 이러한 패턴을 얼굴이나 다른 물체로 잘못 인식하거나 얼굴의 특징을 정확하게 추출하지 못해 신원 식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는 상용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브랜드 '캡에이블'과 독일 브랜드 '어반 프라이버시'는 AI 얼굴인식을 어렵게 만드는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어반 프라이버시는 일부 제품의 후드에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를 장착해 야간 감시카메라의 얼굴인식을 방해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방출하지만 카메라에는 강한 빛으로 인식돼 얼굴 식별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품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얼굴인식 기술의 빠른 확산이 있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얼굴인식 시스템은 경찰과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얼굴인식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얼굴인식 기술을 '감시 사회로 가는 또 하나의 단계'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니퍼 벨 노팅엄 예술디자인대학의 교수는 "관련 의류가 과거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사회적 인식과 가격이 맞물리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 브랜드 볼레백의 공동 창업자 닉 티드볼은 "유명 인사 한 명이 이러한 의류를 착용하면 대중적인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캡에이블의 창업자 라켈레 디데로는 "AI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제품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형 패션 브랜드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벨 교수는 "최신 감시 기술은 일정 수준의 방해 요소를 극복할 수 있다"며 "효과와 별개로 이러한 패션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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