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1금융권 비중 45.5%…2010년 이후 최저
'그외 법인' 54.5% 첫 추월…강남3구·용산 상승 두드러져
"고신용자도 대부·캐피탈로"…고금리 자금 이동 우려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집합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은행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 등 은행 밖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저당권설정등기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 집합건물 근저당권 설정 가운데 채권자가 제1금융권인 경우는 6만2960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제1금융권이 아닌 '그외 법인'은 7만5274건으로 1만2314건 더 많았다.
전체 근저당 설정한 계약 가운데 제1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5.5%로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반기 기준 가장 낮았다. 반대로 그외 법인 비중은 54.5%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그외 법인이 제1금융권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며, 설정 건수 역시 역대 가장 많았다.
등기정보광장은 은행연합회 정회원 금융기관을 제1금융권으로 분류한다. 최근 제1금융권 비중이 빠르게 낮아진 것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잇따라 축소되면서 은행권을 통한 주택 구입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두 유형의 격차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를 기점으로 빠르게 좁혀졌다.
제1금융권 근저당 설정은 지난해 상반기 7만7909건에서 하반기 6만2101건으로 20.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만2960건에 그치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그외 법인은 같은 기간 4만3559건에서 5만1015건, 7만5274건으로 두 반기 연속 증가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9%에서 45.1%, 54.5%로 높아졌다.
특히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대출 한도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강남3구와 용산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송파구의 그외 법인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9.5%에서 올해 상반기 50.0%로 20.5%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31.5%에서 48.3%로 16.9%p, 용산구는 35.7%에서 52.1%로 16.4%p, 강남구는 42.9%에서 53.4%로 10.5%p 높아졌다.
이들 4개 자치구의 상승 폭은 평균 16.1%p에 달했다. 강남구와 송파구, 용산구에서는 올해 상반기 그외 법인 비중이 제1금융권을 넘어섰다.
강남권과 용산뿐 아니라 서울 전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에서 올해 상반기 그외 법인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후 10·15 대책에서는 시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주담대 한도를 추가로 낮췄다. 집값이 비쌀수록 은행 대출만으로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그외 법인에는 저축은행·보험사 등 제2금융권과 일반 법인 등이 함께 포함된다. 이 중 제2금융권 역시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현장에서는 은행권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리지 못한 차주들이 캐피탈과 대부업체 등 고금리 자금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대부업계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자금이 부족해 못 빌려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업계가 호황이라고 한다"며 "과거에는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사람들이 주로 대부업체를 찾았다면 지금은 직장과 소득이 안정적이고 서울 아파트라는 확실한 담보를 가진 사람들까지 돈을 빌리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라면 정상적으로 은행권에서 소화할 수 있는 수요까지 캐피탈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하면 차주의 이자 부담만 커지고, 대출 규제가 오히려 고금리 자금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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