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영국 총리, 취임 이틀 만에 전기료 감세…스타머와 차별화

기사등록 2026/07/22 04:34:16 최종수정 2026/07/22 04:46:27

10월부터 전기요금 VAT 5% 폐지

물가상승률 0.1%포인트 인하 기대

장기 재원 대책은 예산안서 공개

[런던=AP/뉴시스] 영국 총리실은 21일(현지시간) 오는 10월1일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의 VAT 세율을 현행 5%에서 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직원과 취재진을 향해 발언하는 모습. 2026.07.22.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앤디 버넘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 이틀 만에 가정용 전기요금에 붙는 부가가치세(VAT)를 없애기로 했다. 전임 키어 스타머 정부가 집권 초기 뚜렷한 민생 성과를 내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총리실은 21일(현지시간) 오는 10월1일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의 VAT 세율을 현행 5%에서 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조치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적용된다.

정부는 표준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의 연간 환산액이 약 45파운드(약 9만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절감액은 가구별 전력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약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정책 비용은 2026~2027회계연도 기준 약 8억5000만파운드(약 1조6800억원)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비용은 향후 에너지 가격 변동 등을 반영해 예산안에서 다시 제시될 예정이다.

전력회사는 세금 인하분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변동요금제뿐 아니라 고정요금제 가입자도 혜택을 받는다. 가정용 에너지 세율을 적용받는 일부 소기업과 자선단체, 요양시설도 감세 대상에 포함된다.
[런던=AP/뉴시스] 영국 총리실은 21일(현지시간) 오는 10월1일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의 VAT 세율을 현행 5%에서 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운데)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취임 후 첫 내각회의에 참석한 모습. 2026.07.22.
재원은 스타머 정부가 추진했던 디지털 신분증(ID) 사업을 폐기해 마련한다. 이 사업에는 향후 3년간 18억파운드(약 3조56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버넘 정부는 디지털 ID 사업에 투입하려던 기존 예산을 올해 전기요금 감세 비용으로 돌릴 방침이다. 추가 생활비 대책과 장기적인 지원 재원은 향후 예산안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버넘 총리는 "국민에게 숨 쉴 여유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이틀째에 행동에 나섰다"며 "에너지 요금에 붙는 세금을 낮춰 국민의 호주머니에 더 많은 돈이 남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넘 총리가 취임 직후 생활비와 에너지, 복지 분야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초기 국정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집권 초반 정책 추진 속도가 느렸다는 비판을 받은 스타머 전 총리와 차별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런던=AP/뉴시스] 영국 총리실은 21일(현지시간) 오는 10월1일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의 VAT 세율을 현행 5%에서 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앤디 버넘 신임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직원과 취재진을 향해 발언하는 모습. 2026.07.22.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감세가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구에 더 큰 혜택을 준다고 전했다. 전기난방이나 전기차, 열펌프를 사용하는 가구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스난방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체감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기요금 VAT는 사용량과 기본요금을 합친 금액에 부과된다. 이에 따라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 가구가 현금 기준으로 더 큰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일반 기업은 이번 감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북아일랜드에는 같은 조치가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의 상품 VAT에는 유럽연합(EU)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에 별도의 재원을 제공해 주민 지원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20일(현지 시간) 영국의 제59대 총리로 취임한 버넘은 경제 회복과 국가 재건을 위한 '10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버넘 총리는 노숙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향후 3년간 3억4000만파운드(약 6730억원)의 추가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해당 예산은 장기 노숙인 약 3000명을 집중 지원하고 주택 1200채를 추가로 공급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버넘 정부는 생활비 부담 완화와 세제 개편을 포함한 추가 정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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