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목소리 숨기고선 세계유산 될 수 없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 인근서
시민단체 긴급행동 나서…증언 낭독, 퍼포먼스 등
"세계유산 인간 역사 제대로 배우는 장소여야 해"
[부산=뉴시스]한이재 기자 = "피해자의 목소리를 숨기는 유산은 진정한 세계유산이 될 수 없습니다."
일본 사도광산 문제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부산 벡스코 인근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하며 일본 정부의 '전체 역사' 기록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식민지역사박물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함께 21일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시민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이번 긴급행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최근 일본 정부에 사도광산 등재 당시 약속한 '전체 역사' 반영 등에 대한 추가 이행 보고를 요구하는 결정문 초안을 공개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강제동원 피해자의 증언 영상을 상영하고 증언을 낭독했으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몸자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유네스코 관계자들에게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알리고 진실 규명과 기록의 중요성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행사에서는 충남 논산·부여·청양과 전북 익산 출신 피해자들의 증언이 소개됐다. 증언에는 하루 12시간에 이르는 갱내 노동과 '훈육'을 명분으로 한 폭력, 광산 노동의 후유증으로 해방 이후에도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의 삶이 담겼다.
김승은 식민지역사박물관 학예실장은 "일본이 강제동원,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표현과 '가혹한 노동환경을 묘사했다'는 교묘한 회피술로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했다"며 "식민지 조선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1940년부터 1945년까지 1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등재 당시 전체 역사를 해설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명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동원된 이들을 모르는데 누구를 추모하고, 피해받은 사실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추모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세계유산은 인간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는 장소여야 한다"며 "값싼 노동력, 쓰다버리는 존재로 무시했던 식민지 조선인들의 희생을 진심으로 추도하고 기리는 장소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사도광산은 비로소 인권과 평화를 전하는 인류의 유산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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