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화씨에 남은 ‘면 린터’로 포탄 추진제 생산
유럽 수입량 30.1%가 중국산…생산능력 두 배 이상 늘려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나토 회원국들이 면화약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원료 조달과 가공 분야에서 나토 비회원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면화약은 거의 모든 현대식 탄약의 추진제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이다. 셀룰로오스를 질산과 황산의 혼합물로 처리해 만들며, 점화하면 가스가 급격히 팽창해 포탄을 밀어낸다.
전통적인 원료는 ‘면 린터’다. 티셔츠나 침구에 쓰이는 긴 면섬유를 목화씨에서 떼어낸 뒤 남는 짧고 보송한 섬유다. 면 린터 공급 부족과 니트로셀룰로오스 가공 능력의 한계가 나토의 탄약 증산을 가로막는 주요 병목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면 린터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유럽은 목화 재배 기반이 거의 없어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 유럽의 면 린터 수입 가운데 미국산이 36.8%로 가장 많았고 중국산이 30.1%로 뒤를 이었다. 유럽 역내에서 조달한 물량은 20.9%, 기타 국가산은 12.2%였다. 러시아 역시 니트로셀룰로오스 조달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러시아에 이를 공급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용 니트로셀룰로오스 대부분을 버지니아주 공장 한 곳에서 생산한다. 유럽에는 여러 공장이 있으며 프랑스 방산업체 에우렌코는 남부 베르주라크 공장에서 생산을 재개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현행 법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탄약공장을 새로 짓기가 쉽지 않다. 유럽의 포탄 공급망도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다. 155㎜ 포탄 한 발에는 통상 6개국에서 만든 부품이 들어간다. 티에리 프랑쿠 에우렌코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간 상호의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유럽의 자립은 각국이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유럽 이외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업계는 돌발적인 공급 차질에 대비하려면 유럽의 니트로셀룰로오스 생산 능력을 현재의 두 배가 넘는 연간 2만t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미 국방부도 면 린터 비축량과 니트로셀룰로오스 가공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노르웨이·핀란드 방산업체 나모의 모르텐 브란트제그 CEO는 “전시에도 원활히 작동하도록 가까운 지역에서 원료와 부품을 조달하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안보 목표가 다른 국가들이 핵심 원료나 생산 공정을 통제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것은 면화약뿐만이 아니다. 포탄 안에서 폭발하는 TNT도 부족하며, 현재 유럽의 TNT 생산공장은 폴란드에 한 곳뿐이다. 유럽에서 155㎜ 포탄을 생산하는 체코슬로바키아그룹(CSG)의 피터 러셀 투자자 관계 책임자는 “현재 업계의 진짜 문제는 니트로셀룰로오스와 TNT 같은 핵심 원료”라고 말했다.
유럽 방산업계는 이 같은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독일 라인메탈은 민수용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생산하던 공장을 군수용 생산시설로 전환하고 있다. 폴란드도 니트로셀룰로오스 생산시설을 새로 짓고 있으며, 에우렌코는 스웨덴에서 폐섬유를 니트로셀룰로오스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니트로셀룰로오스 공장을 인수한 CSG는 연말까지 유럽 각국의 계열사를 묶어 포탄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그룹 안에서 소화할 계획이다.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는 강철 원통을 약 982도까지 가열해 포탄의 몸체인 탄체로 성형하고, 다른 공장에서는 로봇이 탄체 안에 TNT를 채운다.
방산업계는 그동안 서방 정부가 장기계약을 꺼리는 바람에 투자가 지연됐다고 지적한다. 브란트제그 CEO는 “투자하려면 장기계약이 필요하다고 수년간 말해 왔다”며 “최근 탄약과 미사일용 로켓모터 분야에서 장기계약이 늘면서 업체들이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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