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쇼크 덮친 시멘트업계…'순환자원·에코발전' 생존 열쇠

기사등록 2026/07/21 14:05:33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

건설경기 침체·시멘트 제조원가 상승 '이중고' 심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000만톤(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000만t까지 떨어지면 1990년 3390만t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출하량을 기록하게 된다. 사진은 14일 시멘트를 사용하는 서울시내 한 레미콘 공장. 2025.01.1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재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시멘트업계는 제조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삼표시멘트와 쌍용씨앤이,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등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들은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과 유류 등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글로벌 시멘트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6 Cemtech Asia'에서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세계 주요 시멘트업계와 설비업체,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최신 기술과 탄소중립 정책, AI·디지털 기술, 시장 전망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개최된 바 있는 이 행사는 세계 시멘트산업의 대표적인 국제 세미나로 꼽힌다.

행사에서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세계무역 담당 해리 머피 크루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5달러(20일 기준) 수준이지만,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대되거나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최소 130달러에서 최대 16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카타르산 LNG 공급 차질이다. 한국은 전체 LNG 수입량의 약 1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의존도가 40%를 웃돈다. LNG는 발전용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만큼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시멘트 제조원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리 머피 크루즈는 "시멘트산업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인 만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연료비뿐만 아니라 물류비와 보험료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결국 글로벌 시멘트 가격 인상과 건설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태국에서 개최한 '2026 Cemtech Asia 국제 세미나'.

건설 원가 상승은 건설경기 둔화를 심화시키고, 건설투자 위축과 시멘트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순한 제조원가 상승이 아니라 산업 원가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시멘트 수요 기반까지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유연탄과 유가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망은 국내 시멘트업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언제 종식되더라도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유가와 높은 에너지 비용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 사용을 확대하고,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폐열을 회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에코발전(폐열발전) 설비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도입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해 시멘트 내수는 40여 년 전 수준까지 후퇴했다"며 "재생에너지 보급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멘트업계의 대응 전략을 참고해 순환자원 활용 확대와 에코발전 활성화를 통해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 감축과 함께 2035년까지 화석연료 대체율 53% 달성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에너지 비용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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