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혼자 95만5105명 건강보험 자료 분석
소득 높거나 자녀 많은 집단서 진단 격차 작게 관찰
배우자도 수면·기분·고혈압·당뇨 관리해야
호주 공영방송 ABC는 21일(현지시간) 의학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전날 공개된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대만 기혼자 95만5105명의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새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배우자를 찾아낸 뒤 출생연도와 성별, 소득, 거주지역이 같은 비교군을 1대4로 짝지었다. 이어 자녀 수와 의료 이용, 본인과 배우자의 정신질환 및 심혈관·대사질환 등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그 결과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의 아내는 비교군 여성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74% 높았다. 남편도 비교군 남성보다 위험이 69% 높았다.
치매 위험이 약 70% 높았다는 것은 배우자 100명 중 70명이 치매에 걸린다는 뜻은 아니다. 5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비교군보다 여성 배우자 100명당 2.75명, 남성 배우자 100명당 3.49명 더 많았다. 젊은 연령층에서는 원래 치매가 드물어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지만 실제 추가 환자는 적었다. 반면 고령층에서는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작아도 추가 환자 수는 더 많았다.
소득이 높거나 자녀가 많은 집단에서는 비교군과의 5년간 치매 진단 격차가 더 작게 관찰됐다. 자녀가 없는 집단에서 이 격차는 여성 2.93%포인트, 남성 3.81%포인트였지만, 자녀가 3명 이상인 집단에서는 각각 1.58%포인트와 1.59%포인트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저소득 가구는 유료 돌봄이나 휴식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이 부족하고, 자녀가 적으면 돌봄을 분담할 가족이 부족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소득과 자녀 수는 실제 돌봄 참여 정도나 가족관계의 질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어서 자녀가 많으면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부부가 오랫동안 공유한 식습관과 운동량, 구강 건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의 배우자가 직접 돌봄을 맡으면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우울감, 사회적 고립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이러한 생활습관이나 돌봄 부담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주로 소규모 간병인 집단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연구는 치매 환자의 배우자 전체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시모네 레퍼문트 인지장애 전문가는 여러 영향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위험 차이가 남았다는 점을 연구의 강점으로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개정한 치매 위험 감소 지침에서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최대 45%를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리 가능한 요인에는 흡연과 운동 부족,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청력·시력 저하, 사회적 고립과 수면 문제가 포함된다.
연구 공동저자인 우치신 대만 국가위생연구원 박사는 치매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에 걸린다는 뜻은 아니며, 배우자를 돌보는 일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치매 환자의 배우자가 돌봄을 맡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수면과 기분, 사회적 관계를 관리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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