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추모 분위기에 美 상원서 러 제재법 탄력(종합)

기사등록 2026/07/15 19:30:41

러 우크라戰 자금줄 차단 목표…중·인도 등에 100% 관세

20명 이상 발의 동참…공동 발의자 "8월 이전 통과 가능"

[샬럿=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우군이었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법무장관 인준과 국방예산 등 주요 현안의 상원 처리에 차질이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시간) 그레이엄 의원의 부재로 여러 입법 과제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그레이엄 의원이 2020년 3월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는 모습. 2026.07.14.

[서울·베이징=뉴시스]이재우 기자,  박정규 특파원 = 미국 상원에서 대(對)러시아 제재법안이 탄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 제재 법안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그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CNN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제재 법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치·군 지도부, 올리가르히(재벌), 국영기업, 러시아 방산 산업을 지원하는 해외 기업들에 대해 강제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운용하는 ‘그림자 선단’과 에너지 프로젝트,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를 대량 구매하는 주요 5개국(중국·인도 등)에 대해 최대 100%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상원 보좌진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가스를 모두 상당량 들여와 양쪽에서 관세를 부과받는 구조다.

다만 러시아 전체 가스 수출량의 15% 미만만 들여오면서 수입 축소를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예외로 인정한다.

관세율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결정하며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산 에너지를 많이 사들이는 나라들의 구매를 줄이도록 압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상원 보좌관은 "러시아 재정 수입의 대부분,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쓰이는 자금은 석유·가스 수출에서 나온다"며 "이번 법안은 러시아 경제에서 이 부분을 정조준하는 방향으로 좁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법안 표결 시점은 불투명하다. 미 상원 보좌진에 따르면 공동 발의자가 현재 20명 이상 모였고 계속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힌 만큼 상·하원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과 함께 법안을 주도해온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8월 이전 통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표가 모이면 바로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며 "그리고 지금은 우리는 필요한 표를 확보했다고 본다"고 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튠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그레이엄 의원을 기리는 의미로 제재 법안을 즉각 상원 본회의에 올려 달라"며 "이 법안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될 것이고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을 돕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튠 원내대표는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실제로 법안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길을 찾는다면 그것은 그레이엄 의원에게 놀라운 유산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상원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러시아 제재 법안 초안은 너무 광범위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온 핵심 동맹국들까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백악관도 국가 이익에 부합할 경우 대통령이 제재를 유예·면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요구해 왔다고 NBC는 부연했다.

수정안은 동맹국의 우려와 백악관의 재량권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그레이엄 의원 등 법안을 주도해온 의원들은 11일 성명을 내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수정안이 공식 공개되기 전인 12일 오후 사망했다.

블루먼솔 의원은 "행정부와의 협의에서 쟁점이 된 건 대부분 기술적·세부 설계 문제였다"며 "초안에서는 관세 대상이 되는 나라가 60여개에 달할 수 있었지만 수정 논의 끝에 지금은 원유·가스 각각에 대해 5개국만 대상이 되도록 범위를 크게 좁혔다"고 말했다.

여야 미 상원의원들은 러시아 제재 법안이 그레이엄 의원에게 걸맞은 헌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케이티 브릿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추진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을 때 그레이엄 의원은 크게 기뻐했다"며 "그는 평생 여러 큰 일을 해왔지만, 이 법안이야말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가장 크게 바꾸고 가장 의미 있는 영향을 낼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잔 샤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석유·가스 판매로 전쟁 기계를 계속 돌릴 자금을 마련하는 한 전쟁은 계속된다"며 "이번 법안은 바로 그 자금줄을 겨냥한 것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줄이도록 만들고 그런 구매가 ‘진짜 비용’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법안 추진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적·일방적 제재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자국 기업과 공민(시민)의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강압적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결국 자충수가 될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 하원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가 넘는 치안·재건 지원을 제공하고 대출 방식으로 추가 80억달러 상당의 방위 자금을 열어주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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