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시간당 1만700원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업종별 구분 적용 모두 부결
공익위원들, 정부에 적용대상·결정기준 전반 검토 권고
文정부 결정체계 이원화·尹정부 위원 15명 축소안도 무산
李정부 국정과제 포함…차기 심의 전 개선안 나올지 주목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노동계가 요구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과 경영계가 주장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건당·성과급 방식으로 보수를 받는 노동자의 임금을 시간급으로 환산하기 위한 구체적인 산식이 처음 제시됐고,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제도 전반을 손질하라고 정부에 권고하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됐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14일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3.7% 인상된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66만명,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297만8000명이다.
◆'건당 보수' 시간급 첫 제시됐지만…확대·차등 적용 모두 부결
올해 심의의 특징은 최저임금의 액수뿐 아니라 보호 대상을 어디까지 넓힐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이다.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은 지난해 처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도급근로자는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직종으로, 4대보험은 물론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있어 대표적인 법 사각지대로 인식돼왔다.
노동계는 2024년부터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해왔다. 올해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유사한 형태의 임금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여부'를 처음 명시하면서 정식 심의 안건이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사회보험료 등 업무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이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하는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도입 방안'을 내놨다.
실제 배달이나 운송 업무를 수행한 시간뿐 아니라 주문을 기다리거나 다음 업무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은 이 산식을 적용할 경우 택배·배송 노동자는 시간당 1만7468원, 퀵서비스는 1만4245원, 대리운전은 1만6702원, 방문강사는 1만6678원, 방문점검원은 1만6297원을 받아야 한다고 계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라이더(배달·택배) ▲대리운전 기사 ▲가정방문 노동자 ▲돌봄·가사서비스 종사자 ▲방과후 강사 ▲방문학습지 교사 등 6가지 직종에 대한 산식을 제시했다.
이들 직종은 법률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거나, 고용·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대상 등 근로자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인식된다.
한국노총은 실제 업무시간과 준비시간을 합친 '표준노동시간'을 산출한 뒤 총수수료에서 업무경비를 뺀 순소득을 표준노동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자고 했다. 이를 법정 최저임금과 비교해 부족한 금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웹툰 작가 등 총보수를 시간급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창작 프리랜서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률과 유사 업무의 시장임금, 총수수료와 업무경비 등을 고려해 노사정 전문가가 직종별 최저보수를 정하는 '최저보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식보다 적용 대상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맞섰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특수고용(특고)·플랫폼 종사자 상당수는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도급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은 표결 끝에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경영계가 주장했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제도화되지 못했다.
경영계는 매해 심의에서 최근 누적된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줄 여력이 없는 일부 업종에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고 있다.
경영계는 올해 한식 음식점업과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구분 적용을 시범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업종에는 전체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을 적용하되, 일반 최저임금과의 격차는 최대 10%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저임금 구조와 노동자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안은 근로자위원 8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6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11표, 반대 1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공익위원들, 제도 개선 권고…'40년' 제도 개선될까
공익위원들은 인공지능(AI) 확산과 플랫폼 사업 성장, 산업구조 재편에도 현행 제도로는 같은 논의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권고문을 냈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 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하고 현행 최저임금 제도 가운데 적용대상, 결정기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연구한 후 종합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 결과가 차기 최저임금 심의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 줄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했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심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플랫폼 종사자 규모가 늘고 있지만 현행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 중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 시간급으로 계산되지 않는 도급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도 개편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계는 여기에 기업의 지급 능력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공익위원 권고문에는 최임위 구성이나 표결 방식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최임위 운영 방식까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이나 절충안을 제시하고, 마지막에는 공익위원 표가 사실상 최종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공익위원들은 노사 합의를 위해 3.9%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근로자위원안 1만730원과 사용자위원안 1만700원을 놓고 표결한 결과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무효 1표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다만 이번 권고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전문가들이 최저임금의 상·하한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그 범위 안에서 최종 금액을 의결하는 '결정위원회'로 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익위원 추천권을 정부와 국회, 노사가 나누고 결정 기준에 고용 수준과 기업 지급 능력, 경제성장률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2024년 11월 전·현직 최임위 공익위원들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출범시켰다. 연구회는 현행 27명인 최임위 위원을 15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최임위 산하에 노사가 참여하는 '임금수준전문위원회'와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임금수준전문위에서 노사의 최초 요구안을 토대로 더 이상 조정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격차를 좁히고, 제도개선전문위에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과 특고·도급제 근로자 적용 등의 쟁점을 검토한 뒤 전원회의가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노동계가 노사를 배제한 채 이뤄진 논의라고 반발하면서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 최임위 운영과 최저임금 결정 기준 개선을 제시한 상태다. 도급제 최저임금 심의와 지원도 세부 과제로 제시한 만큼 공익위원 권고를 계기로 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권 위원장은 "최저임금 제도의 기본적인 체계가 40년 동안 유지되면서 현실과 부딪히는 문제가 쌓였다"며 "특정 방안을 미리 정하기보다는 추진단 구성부터 의제 설정, 연구 과정까지 노동부가 노사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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