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공주의 이번 울산 방문을 계기로 반세기 전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부에서 피어났던 울산대학교(옛 울산공과대학)와 영국 정부·왕실이 맺은 특별한 '교육 동맹'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오늘날 산업도시 울산을 대표하는 종합대학으로 우뚝 선 울산대학교의 출발점에는 대한민국 경제 개발의 초석을 놓기 위해 손을 맞잡았던 한국과 영국의 숨은 협력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지폐 속 거북선이 조선소를 세웠다면 영국 ODA는 공과대학을 세웠다.
15일 HD현대중공업과 울산대학교에 따르면 흔히 현대가가 영국에서 맺은 인연이라고 하면 고(故) 정주영 창업자가 500원짜리 지폐 속 거북선으로 영국 정부를 설득해 차관을 빌려온 일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영국의 아낌없는 지원은 비단 거대한 조선소 건립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때 정부의 다급한 요청에 응답한 곳이 바로 영국 정부였다.
영국 해외개발성(ODA)은 기술교육 전문가를 파견해 울산을 공학교육의 최적지로 낙점하고 대학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 제안을 이어받아 정주영 회장이 초대 이사장으로 나서며 1970년 3월 대한민국 정부와 영국 정부, 그리고 민간 기업이 합작한 최초의 국제 교육 협력 모델인 울산공과대학이 탄생하게 됐다.
◇국내 최초 도입된 '영국식 샌드위치 교육', 한국 공학의 틀을 바꾸다
영국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린 32만 파운드의 파격적인 재정을 투입해 울산공과대학에 최신 실험·실습 기자재를 공급했다.
더 주목할 점은 영국의 선진 교육 시스템이 대학의 DNA에 그대로 이식되었다는 사실이다.
울산대는 국내 최초로 영국식 산학협동교육(Sandwich System)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실습하고, 산업체 기술자가 직접 강단에 서는 이 혁신적인 모델은 대한민국 공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영국 정부는 교수진을 현지 대학으로 보내 학위 과정을 지원했고, 영국인 교수들을 울산에 상주시키며 교육의 질을 한층 끌어올렸다.
◇반세기 전 심은 선진 교육의 씨앗, 세계적 '글로컬 대학'으로 만개하다
비록 앤 공주가 이번 방한길에 울산대 캠퍼스를 직접 밟지는 못했으나, 그녀가 방문한 HD현대중공업의 거대한 야드와 울산대의 역사는 결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났다.
정주영 창업자가 영국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세운 두 축이 오늘날 한국 조선업의 번영과 산업 인재 양성의 핵심 기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울산대 관계자는 "이번 영국 왕실의 울산 방문은 반세기 전 울산대 설립의 초석을 놓아준 영국 정부와의 깊은 인연과 고마움을 다시금 환기하는 뜻 깊은 계기"라며 "영국의 선진 교육 시스템을 자양분 삼아 대한민국 성장을 견인해 온 울산대는 이제 그 유산을 발판 삼아 세계적인 글로컬 대학으로 도약하며 또 다른 50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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