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적 인물인 메이지 일왕을 모시는 일본 메이지신궁에 한국어로 적힌 소원패가 대거 걸린 모습이 공개돼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 예비 교사가 "좋은 역사 교사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이지신궁을 방문한 한 한국인 관광객이 올린 게시물이 확산됐다.
작성자는 "메이지신궁에 오니 설마설마했는데 나무 소원패에 한글로 소원을 적어 놓은 한국인들이 태반이었다"며 "걸려 있는 소원패도 거의 전부 한글로 도배돼 있다"고 적었다.
이어 "나무와 숲, 건축물만 보고 가라", "식민지 수탈의 장본인인 일왕을 신으로 모시는 곳에서 소원을 빌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메이지신궁은 메이지 일왕과 왕비가 있는 곳이다", "즉 일제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의 상징적 인물을 기리는 장소"라며 "일본 여행은 갈 수 있다 해도 그런 곳에서 소원을 비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사진에는 신사를 찾은 참배객들이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나무패인 '에마'에 한국어로 작성된 여러 장의 소원이 담겼다.
한 예비 교사는 "임용에 합격해 정교사 되게 해달라", "좋은 역사 교사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적었다.
이 밖에도 "사업번창, 소원성취",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 좋은 일들과 사람들로 가득한 인생이 오길" 등 일상의 소원을 적은 소원패도 눈에 띄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일 작성된 소원패에는 "주식 떡상하게 해주세요! 코스피 1만 가즈아!"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역사 교사 한다는 사람이 메이지신궁 가서 소원 비는 게 맞는 거냐", "목숨바쳐 나라 지킨 순국 선열들 덕분에 강국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며 살 수 있는 것" 등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920년 창건된 메이지신궁은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신사로, 메이지 일왕 부부를 제신으로 모시고 있다.
메이지 일왕 재위 시기 일본은 근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제국주의 노선을 강화했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쳐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1910년 한일병합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메이지 일왕은 한국에서는 일제 식민지배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지며, 메이지신궁 역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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