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박스 왜 안 봤나"…특수단도 이해 못한 '장윤기 초동수사'

기사등록 2026/07/15 15:54:11 최종수정 2026/07/15 16:10:24

블랙박스 저장매체·케이블타이 봐놓고 확인 안 해

차량·원룸 하루 만에 父 인계…리얼돌 그대로 반환

"조금만 생각했어도"…부실수사인가 봐주기인가

[전남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오동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이 15일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장윤기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언론 브리핑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2026.07.15. pboxer@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사건을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초동수사는 경찰 특별수사단조차 "경찰이 범행차량 콘솔박스 등 각종 증거물에 대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기본적인 증거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범행 차량에서 개봉된 케이블타이를 확인하고도 압수하지 않았고, 현장감식 영상에 그대로 촬영된 USB와 SD카드 형태의 저장매체도 확보하거나 분석하지 않았다. 장윤기 자취방에서 발견한 리얼돌 역시 압수하지 않았고, 혈흔이 뭍은 차량까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부친에게 인계했다.

특별수사단은 브리핑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되는 부분이었다"며 당시 확보된 증거와 정황만 종합해도 강간 목적의 살인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여러 차례 내놨다.

◆장윤기 "블랙박스 안 썼다" 진술 그대로 믿었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15일 광주경찰청에서 열린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대목 중 하나는 범행 차량 콘솔박스에 있던 저장매체다.

현장감식 영상에는 USB와 블랙박스 영상이 담긴 SD카드로 보이는 저장매체가 선명하게 촬영됐지만 광산서 수사팀은 이를 확보하거나 분석하지 않았다.

장윤기는 차량을 교체하면서 블랙박스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설령 그런 진술이 있었다 하더라도 저장매체를 확보해 실제 영상이 남아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장윤기는 검거 직후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휴대전화를 유기한 데다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동선이나 범행 장면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는 저장매체를 확보해 확인하지 않은 것은 초동수사의 기본에 비춰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차량 트렁크 공구함에는 과거 사용했던 또 다른 블랙박스 SD카드도 있었지만 이 역시 확인하지 않은 채 차량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장윤기 부친에게 반환됐다. 해당 저장매체는 이후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형사과를 빠져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26.05.14. lhh@newsis.com

◆개봉된 케이블타이 봐놓고도 확보 안해

범행 차량 조수석에서 발견된 길이 40㎝짜리 케이블타이 뭉치는 이미 포장을 뜯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도 이를 확인했고 강력팀장 역시 케이블타이 존재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강력팀장은 흉기 확보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증거물 확보를 하지 않도록 했고, 차량은 그대로 장윤기 부친에게 반환됐다.

특별수사단은 피해자를 결박하기 위해 준비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물건이었음에도 확보하지 않은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는 광주경찰청의 누락 자료 추가 송부 지시에도 케이블타이가 확인되는 현장감식 영상 삭제를 팀원에게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케이블타이는 이후 검찰이 장윤기 부친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조금만 생각했어도"…혈흔이 보여준 범행 정황

광산서 수사팀은 사건 당일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범행 차량 조수석 뒷문이 열리는 장면을 분석했고, 현장감식에서는 조수석 뒷문과 운전석 문고리에서 혈흔도 채증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들 정황을 종합하면 장윤기가 범행 전 조수석 뒷문을 미리 열어둔 뒤 피해자를 차량 안으로 끌어들이고, 범행 후 혈흔이 묻은 손으로 문을 닫았을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별수사단은 조수석 뒷문 혈흔 정황만으로도 납치나 강간 목적 범행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광산서 수사팀은 확보한 정황을 각각 분석하는 데 그쳤을 뿐, 이를 서로 연결해 범행 목적을 판단하는 과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특별수사단은 보고 있다.
[전남광주=뉴시스] 양시원 기자 = 장윤기(23) 여고생 살인사건의 부실수사와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7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광산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2026.07.07. goodwrite97@newsis.com

◆리얼돌도 하루 만에 반환…성범죄 정황도 배제

장윤기 원룸에서 발견된 리얼돌은 DNA 감식이 이뤄졌지만 증거물로 압수되지는 않았다. 광산서 수사팀은 당시 필요한 감식은 마쳤다는 판단 아래 별도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별수사단은 검찰과 마찬가지로 리얼돌을 강간 등 살인 혐의 판단에 중요한 증거로 보고 있다.

사건 발생 다음 날 차량 열쇠와 원룸 비밀번호는 장윤기 부친에게 전달됐고, 차량과 원룸은 사실상 가족에게 인계됐다. 이후 리얼돌은 절단·폐기됐고, 검찰은 DNA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이를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활용했다.

증거 확보뿐 아니라 수사 방향도 성범죄 가능성을 배제하는 쪽으로 흘렀다는 것이 특별수사단 판단이다.

강력팀장은 팀원들에게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취지로 조사 범위를 제한했고, 성적 동기 검토 보고서는 사건 기록에서 누락됐다. CCTV 분석보고서는 수정됐고, 스토킹 사건 수사보고서에서도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pbox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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