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 대 지나는데 500억?"…트럼프 '호르무즈 통행료'에 해운업계 비상

기사등록 2026/07/15 05:00:00

트럼프 "화물가치의 20% 통행료로 받겠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한 대당 500억 통행료 우려

해운업계 "운임 급등에 물동량도 줄어들 것"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사진은 2026년 5월2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상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01.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20% 부과' 카드가 국내 해운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실제 조치가 단행되면 운임 급등이라는 단기적 충격을 넘어, 물동량 감소와 선주-화주 간 비용 갈등 등 해운업계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5일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확보하는 대가로 이 지역을 통과하는 화물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징수 기준과 적용 대상, 비용 부담 주체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화물 가격의 20%가 부과된다면 비용 규모는 선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배럴당 80달러인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화물 가치는 약 1억6000만 달러(약 2386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20%를 적용하면 한 항차당 3200만 달러(약 477억원)의 비용이 통행료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행료가 부과된다면 단기적으로는 해운 운임이 오를 수 있다.

통항 선박이 줄어들면 가용 선복이 감소하고 전쟁위험보험료와 선원 위험수당, 호위 비용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운임 상승이 국내 선사에 곧바로 호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행료와 안전 우려로 중동 국가의 원유·가스 수출이 줄면 선박에 실을 화물 자체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장기운송계약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에너지 선사는 현물 운임 급등에 따른 수혜가 제한적이다.

반면 통항 지연과 선원 안전 관리, 보험료 상승에 따른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추가 비용을 화주에게 전부 넘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운송계약에서는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통행료가 발생하면 선사와 화주 간 부담 주체를 놓고 재협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행료가 운임이나 호위 비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면 할증료를 통해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지만, 화물 가격의 20%라면 중동산 에너지 교역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국내 선사로서는 단기적인 운임 상승보다 중장기 물동량 변화와 화주의 조달선 재편을 더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m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