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경제학자와 기술 업계 리더 약 200명이 인공지능(AI)이 불러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공동 서한을 보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인공지능은 향후 10년 동안 급격히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이 기술이 "대규모 일자리 대체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생활 수준의 획기적인 향상과 같은 기회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We Must Act Now)"는 제목이 붙은 이 성명서에는 노벨상 수상자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인공지능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들도 서명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앤트로픽 공동 창립자 잭 클라크, 구글 전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 벤처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 등 약 200명이 동참했다.
그동안 기술 업계 리더들은 AI가 강력해지면서 인간의 업무 상당 부분을 빠르게 대체해 광범위한 실업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기술 변화가 업계 예측보다 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전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학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AI가 과거 기술들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음에도 경제학계가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AI의 영향이 "산업혁명보다 더 클 수 있고, 훨씬 더 짧은 기간에 걸쳐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AI에 회의적이었던 인물들도 서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다론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번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은 "학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AI가 가져올 파괴적 잠재력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브린욜프슨은 "다가올 쓰나미에 우리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까 봐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브린욜프슨을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AI가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이로울 것이라고 본다. 이들은 증기 동력이나 개인용 컴퓨터 같은 과거 기술들이 일부 직종을 사라지게 했지만 결국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문제는 설령 장기적으로 같은 패턴을 따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수백만 명의 사무직 근로자가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실업 보험 제도를 비롯한 사회 안전망이 이 같은 대규모 실업자 유입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MIT의 아세모글루 교수는 "로봇이 제조업 분야에서 일으킨 변화를 살펴볼 때 인공지능이 더 짧은 기간 내에 이와 동등한 변화를 일으킨다면 이는 정말로 파괴적일 것이며 사람들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 산업계 지도자들에게 "변혁적인 인공지능의 경제적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완하고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