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탄력…사법계 "법리적 문제·실효성 의문"

기사등록 2026/07/14 14:50:39 최종수정 2026/07/14 16:10:24

성평등부, '조건부 하향안' 검토 발표

李 "부분 하향 미약…추가 토론" 지시

촉법소년 2만명 검거…5년새 2배 ↑

사법계 "특정범죄만 하향? 책임주의 위배"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1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권지원 오정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여론 수렴을 지시하면서 정부의 법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법계에서 촉법소년 연령의 구체적인 하향 연령 폭과 조건부 하향 적절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14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대국민 여론조사를 포함한 추가적인 의견 수렴 방안을 검토하고, 전면·부분 하향 여부와 연령 등을 재논의할 계획이다.

◆성평등부, 조건부 하향 검토…李 "추가 논의"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등 최근 급증한 촉법소년 범죄 사건이 있다. 이 대통령도 이를 언급하면서 공론화를 통해 두 달 내 결론을 도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현행 형법 9조에 따르면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이른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범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검찰단계를 거치지 않고 경찰에서 곧바로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다.

소년부 법원에서 심리 개시 여부를 결정해 보호처분 1호(감호위탁)부터 10호(소년원 송치 최대 2년)까지의 처분을 내린다.

경찰청에 따르면 촉법소년 검거인원은 2020년 9606명에서 2만1095명으로 5년새 120%(2.2배)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폭력 2.8배, 강간·추행 1.98배, 절도 1.97배 순으로 늘었다. 지난해 촉법소년 보호처분(1만401명)도 2020년(5508명) 대비 1.9배 늘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4.19. kch0523@newsis.com

이에 성평등가족부는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운영하고 시민참여단 212명을 대상으로 숙의토론을 진행한 끝에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이날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성평등가족부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중1) 미만'으로 낮추는 '조건부 하향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하향해야 한다'(46.7%)와 '모든 범죄에 대해 일괄 하향해야 한다'(30.2%) 등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압도적인 시민참여단 숙의 결과가 반영됐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부분적으로 한 살만 낮추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으냐"면서 "전체에 대해 낮출지, 중대·강력·반복 범죄만 낮출지, 한 살을 낮출지 두 살을 낮출지를 한 번 더 토론하자"면서 추가 논의를 주문했다.

◆만 13세? 만 12세? 하향 실효성…책임주의 원칙 위배 우려도

대통령의 추가 검토 지시로 연령 하향 폭과 방식을 둘러싼 법조계 안팎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의 '만 14세' 기준은 독일과 일본 등 대륙법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미 100년 전에 성립된 기준"이라며 "100년 전의 13살과 지금 대한민국의 13세를 비교하면, 신체 성장도와 이해력도 확연히 빠르다"고 짚었다.

연령 하향 조치 자체가 미봉책에 불과하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청소년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교육하기보다는 당장의 여론을 피하고 무마하기 위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라며 "그런 (강력)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연령은 촉법소년 연령대가 아니라 더 높은 연령대"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14. suncho21@newsis.com
소년법 전문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 역시 "연령 하향 자체가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 "촉법소년이 가볍게 처벌받는 것은 소년 재판부에서 촉법소년을 상대로 가벼운 소년 보호 처분을 내리기 때문이지, 연령 때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신체적 성장과 정보 습득 수준이 빨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능력이 성숙했다고 판단해 성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형법이 14세 미만 아동을 형사 미성년자로 규정한 것은 범죄가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발달 과정에 있는 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형사 미성년자의) 판단 능력과 자기 통제력을 성인과 동일하게 평가하면서 성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정 범죄 여부에 따라 책임능력의 유무를 달리 판단하는 것은 형법의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형사미성년자 제도는 연령이라는 생물학적 기준에 따라 책임능력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의 중대성이나 반복성은 책임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연령을 낮추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중대 및 반복 범죄에서만 갑자기 책임능력을 생성하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을 낮추려면 일률적으로 낮춘 후 처분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의 한 검사는 "형사 처벌이 가능한 나이라고 해도 기소는 아주 일부만 되고 있다. 다른 나라도 연령을 일부 하향하는 경우는 아주 많지는 않다"면서 "책임주의 등의 문제가 있을 수가 있어 어떤 (범죄에 대해) 연령을 하향할지 검토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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