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60여 개국에 '극좌 테러' 회의 초청…美 내부서도 우려

기사등록 2026/07/10 12:54:04

16일 장관급 회의 개최…외국 테러조직 지정 검토

안티파 외국 테러조직 지정 검토설에 美 내부 반발

유럽 동맹·전문가 "우선순위 위협 아냐…극우가 더 위험"

[워싱턴=AP/뉴시스]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예산안 검토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6.03.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한 '초국가적 극좌 테러리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60여 개국 장관급 인사들을 초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오는 16일 워싱턴에서 '정치적 테러리즘의 재부상'을 주제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초청 문서는 회의 목적을 "극좌 테러리스트들이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적이고 치명적인 폭력을 점점 더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정보 공유와 법 집행 협력 강화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회의가 사실상 극좌 성향 활동가들을 겨냥한 대테러 정책 확대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직 및 전직 미국 관리 3명은 WP에 미국 대테러 책임자인 세바스찬 고르카가 극좌 활동가들의 느슨한 연합체인 '안티파(Antifa)'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동료들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테러 당국자는 "외국 테러 조직 지정은 감시 등 특정 수사 수단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안티파는 '반파시스트(anti-fascist)'의 약칭으로, 명확한 지도부나 조직 체계를 갖추지 않은 분산형 운동이다. 구성원들은 아나키즘부터 공산주의까지 다양한 좌파 이념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대변인 토미 피곳은 "이번 회의가 강력한 초국가적 연계와 새로운 결합을 통해 다시 나타나고 있는 오래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피곳은 "과거 이러한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각국의 관여와 지정, 안보 지원 프로그램이 국내외 대응 조치를 뒷받침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 관리들은 대테러 권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는 향후 민주당 행정부가 보수주의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2028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언급했다.

백악관은 이런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그러한 묘사는 백악관의 일반적인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국가 안보 수단을 정치적 반대파 공격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대테러 전략에서 "미국의 대테러 능력이 당파적 목적으로 무기화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시민을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안티파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장해왔다. 밀러는 지난해 원탁회의에서 안티파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티파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 법상 외국 테러 조직 지정 대상은 해외 기반 단체여야 한다. 국무부에서 제재 대상 지정 업무를 담당했던 제이슨 블라자키스는 "국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단체는 지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테러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극좌 폭력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판센터의 콜린 P. 클라크 연구원은 "이는 정보의 정치화"라며 "테러 방지를 당파적 정치 게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위협 가운데 극히 일부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회의 목적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유럽 관계자들은 자국에서는 안티파가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초청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유럽 외교관은 "우리에게는 안티파가 없다"며 "왜 이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이 실제로는 극좌보다 극우 폭력 극단주의를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모두 근무했던 한 전직 미국 관리는 "유럽인들은 좌익 테러보다 우익 테러에 훨씬 더 큰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브루스 호프만 외교협회 대테러 선임연구원도 "위협을 식별할 때는 정치적으로 편파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폭력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테러 위협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클라크 연구원은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좌익 테러리스트들은 최우선 순위 세 가지 안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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