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이제 와서 팔라고?"…증권가 하향·매도 리포트 잇따라

기사등록 2026/07/10 10:41:42 최종수정 2026/07/10 11:20:24

SK하이닉스 두고 증권사 목표주가 200만원 괴리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공급망 불안 등 반영"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최대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6.92프로 하락한 296,000원에 마감됐다. 2026.07.07.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증권가가 일제히 눈높이를 낮추거나 보수적인 진단을 내놓기 시작했다.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부진 속에 목표주가 하향은 물론, 사실상 매도 권고 리포트까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완연한 고점 신호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경고등을 켠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나온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로, 현재 국내 증권가가 제시한 목표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의견 '매수'와 최선호주 의견은 유지했지만 하반기 이후 가시화될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이익 성장률의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낮춘 것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기업용 SSD(eSSD)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와 중국 메모리 업체와의 경쟁 심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메모리 장기 전망치를 조정한 점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BNK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보유(HOLD)'와 함께 현재가(9일 종가 218만6000원)보다 현저히 낮은 185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보고서 작성 기준 주가(207만6000원)와 비교해도 목표가를 한참 밑돌아 시장에서는 투자의견만 '보유'일뿐 사실상 '매도 권고'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서버향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아직 공급 부족 시황이지만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모멘텀(동력)이 둔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상승 기대와 에이전트AI 신모델들 스펙 상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최소 30~40% 이상 설비투자 증가가 필요해 보이나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현재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과는 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LS증권도 전날 보고서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역사적 저점까지 낮아졌지만, 이를 근거로 적극적인 비중 확대에 나서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을 내놨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과 이익 전망 상향이 동반되면서 이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4.8배와 5.3배로 역사적 저점권을 나타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각될 수준이지만 인공지능(AI) 사이클 주도주 특유의 디스카운트 구조와 급격한 이익 재평가 기간 중 발생하는 밸류에이션 오류를 고려할 때 추가 비중 확대의 논거로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이탈 징조도 뚜렷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업종의 단기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SK하이닉스 ADR 매수, 한국 상장 주식을 매도'하라는 파격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대다수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여전히 380만~430만원에 달하는 목표주가를 유지하며 장밋빛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KB증권은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420만원으로 제시하며 반도체 랠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0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향후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미국 ADR과 한국 본주 간 재평가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주식의 희소 가치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은 올해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도 범용 D램과 수익성 격차를 고려해 전년 대비 10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며, 반도체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 ADR 상장은 마이크론 등 글로벌 피어(비교그룹)와 동일 선상에서 가치를 평가받을 절호의 기회"라며 "압도적인 기술력과 이익 규모에도 현재 주가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평균 멀티플(10배 이상)을 한참 밑돌고 있어 대대적인 재평가(리레이팅)가 기대된다"며 가장 높은 목표주가 430만원을 제시했다.

같은 날 BNK투자증권이 제시한 185만원과 KB증권의 420만원은 단일 주식으로서 200만원이 넘는 괴리를 보이며,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가 내부의 극단적인 시각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는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업종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기업 실적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 그간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른 데 따른 일시적인 속도 조절로 봐야 한다"며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데이터센터발 전력 과부하, 공급망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실적의 선행지표인 D램 가격이 최근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추정치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현장 애널리스트들은 빅테크의 자본지출(CAPEX) 확대를 실적 호조의 당연한 전제로 보지만 시장은 여전히 공급망 이슈 등 현실적인 제약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당장 7월 말 실적 발표가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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