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같은 마리떼 맞나요?" 성수 한복판 두 개 매장…피해는 소비자 몫

기사등록 2026/07/09 16:21:39 최종수정 2026/07/09 16:25:28

성수동 30m 거리에 플래그십 매장-임시매장 영업中

佛의류 브랜드 놓고 '레이어' vs '클레비' 상표권 분쟁

법원 레이어 손 들어줬지만 할인 매장 여전히 영업

동일 브랜드처럼 보여도 정품 보증·사후 서비스 달라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불법 마리떼 임시 할인 매장 전경. 2026.07.09. ming@newsis.com
[서울=뉴시스]권민지 기자 = "전 품목 50% 할인."

9일 오전 서울 성수동. 한 건물 외벽에 걸린 현수막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임시 매장인 듯 제대로 된 간판도 없이 현수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비가 내린 탓에 물을 머금은 현수막은 건물 외벽에 달라붙어 벽면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불법 마리떼 임시 할인 매장 내부. 2026.07.09. ming@newsis.com
매장에 들어서자 마리떼프랑소와저버(마리떼)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 레깅스 등이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바퀴 달린 이동식 매대와 옷걸이가 매장을 채우고, 구겨진 천막과 노출된 전선은 임시 매장 특유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벽면 곳곳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적힌 '50%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서 영업하고 있는 불법 마리떼 임시 할인 매장 내부. 2026.07.09. ming@newsis.com
피팅룸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피팅 불가' 안내문을 가리킨 중국인 관광객 한 명은 옷을 내려놓고 그대로 매장을 나섰다.

제품 안쪽 택을 확인하자 제조자와 판매자가 각각 '다산에프엔씨'와 '클레비'로 표기돼 있었다.

저마다 각국 언어로 제품을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가운데 이 제품이 국내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현재 레이어와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클레비 제품을 판매하는 불법 임시 할인 매장이다. 국내 법원은 현재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레이어의 손을 들어주며 클레비의 상표 사용이 전용사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불과 50걸음 떨어진 거리에 불법 영업을 하는 임시 할인 매장이 들어서 있다. 2026.07.09. m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불과 오십 걸음 정도 거리에 마리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가 위치해 있다. 같은 브랜드 로고를 내걸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두 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의류뿐 아니라 가방과 헤어 액세서리, 신발 등이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진열돼 있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브랜드 공식 모델인 배우 고윤정의 캠페인 영상이 반복 재생됐고, 벽면에는 시즌 컬렉션 화보가 걸려 있었다.

계산대에는 비공식 유통 제품을 구별하는 방법과 공식 판매처를 안내하는 안내문이 비치돼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매장 모두 '마리떼'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어느 곳에서 제품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정품 여부는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마리떼는 1972년 프랑스 디자이너 부부인 마리테 바슐르히와 프랑수아 저버가 론칭한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 청춘 드라마에서 인기 연예인들이 착용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해외 데님 브랜드가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면서 존재감이 약해졌고, 본사는 2012년 프랑스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2019년 레이어가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해 여성 캐주얼 중심으로 리브랜딩에 성공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다시 '대세'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2026.07.09. ming@newsis.com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자 상표권 분쟁도 시작됐다.

클레비는 2023년 3월 브랜드 창업자 부부인 마리테 바슐르히와 프랑수아 저버와 별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며 마리떼 상표를 의류·액세서리 등에 부착해 국내에서 제조·마케팅·판매할 수 있는 독점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했다.

이전 라이선시 회사(모던웍스 및 레이어)는 로열티 미지급 문제로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미 계약이 종료돼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전개 권한이 없어 계약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반면 레이어는 마리떼의 본사 법인인 우즈벅홀딩스 경영진과 장기 계약을 논의하던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계약이 종료됐다는 클레비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다.

마리테 바슐르히, 프랑수아 저버 부부는 현재 경영자는 아니지만 브랜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유럽 법에 따라 서명할 권한은 있다. 다만 계약은 경영인인 우즈벅홀딩스의 허가 아래 체결될 때만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우즈벅홀딩스는 같은 해 8월 클레비 측에 "계약 체결 권한이 없는 사람이 계약했다"며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계약금을 반환했다. 이후 우즈벅홀딩스는 그해 10월 레이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클레비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의류와 티셔츠, 모자 등에 유사 표장을 사용한 제품 판매를 이어갔다.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2026.07.09. ming@newsis.com
레이어는 클레비가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표장을 사용해 전용사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2월 상표 사용 금지와 함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법원은 현재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모두 레이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상표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데 이어 최근 본안 소송에서도 레이어의 손을 들어주며 클레비에 40억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현재 양측 모두 항소한 상태지만, 국내에서 적법하게 마리떼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업체는 레이어뿐이다.

그럼에도 성수와 명동, 강남 등에서는 클레비 제품을 판매하는 임시 매장이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며 재고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권민지 기자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떼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2026.07.09. ming@newsis.com
문제는 소비자다. 법적 분쟁은 기업 간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 혼란은 소비자가 떠안고 있다.

할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공식 유통망을 통한 정품 보증이나 교환·환불, 수선(A/S) 등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특히 대부분의 판매처가 지도 서비스에도 정확히 등록되지 않은 임시 매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영업이 종료될 경우 교환·환불 등 사후 처리를 받을 창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기업 간 상표권 분쟁을 넘어 소비자 권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 상품은 단순히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정품 보증과 사후 서비스까지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며 "기업 간 분쟁으로 소비자가 그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이어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와 매장을 통해 비공식 유통 제품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으며, 할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동 법적 대응 참여 신청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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