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파레노·김아영·제임스 터렐…빛으로 건축과 자연 연결
앉고 머무는 조각공원까지…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과천=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빛이 환대한다.
과천관의 상징인 백남준의 비디오 타워가 더욱 선명하게 빛나며 관람객을 예술의 세계로 이끈다. 전시는 전시실이 아니라 로비에서 시작된다. 필립 파레노의 빛 설치를 지나면 건축과 자연, 디지털 영상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지고, 과천관 전체가 거대한 작품으로 작동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프로젝트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을 10일부터 개최한다.
1986년 건축가 김태수가 설계한 과천관은 서울의 도시성과 청계산 자락의 자연이 만나는 장소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본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40년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과천관이 지닌 건축과 자연, 소장품을 동시대 미술과 연결해 미술관의 새로운 경험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는 로비와 공용공간의 '광경', 2원형전시실의 '잔상', 야외 조각공원의 '머무는 자리' 등 세 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작품을 전시장 안에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로비에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마퀴'(2019)가 소장 이후 처음 공개된다. 점멸하는 빛과 리듬이 공간의 호흡을 바꾸며 관람객에게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3층 브리지에는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가 장소 특정적 LED 설치로 재구성됐다. 유리창 너머 숲과 디지털 영상이 하나의 화면처럼 겹쳐지며 과거와 미래,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미국 현대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후원위원회(MDC)가 지난해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발전후원위원회는 2011년 출범 이후 문경원·전준호, 히토 슈타이얼, 제니 홀저, 안리 살라, 와엘 샤키 등 세계적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꾸준히 기증하며 미술관의 뉴미디어 소장품 확충을 지원해왔다.
터렐의 작품은 2시간 30분에 걸쳐 빛의 색채가 아주 천천히 변화한다. 벽과 천장, 바닥의 경계는 서서히 사라지고, 관람객은 작품을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빛으로 채워진 공간 속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감각과 지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빛은 더 이상 조명이 아니라 공간이 되고, 작품은 하나의 명상으로 완성된다.
이 밖에도 이반 나바로의 네온 설치와 김하늘, 방효빈, 임정주, 하지훈, 황형신 등 5인이 참여한 조각공원 프로젝트 '머무는 자리'가 펼쳐진다. 관람객이 직접 앉고 기대며 머물 수 있는 '앉는 조각'을 통해 조각을 감상의 대상에서 경험의 대상으로 확장했다.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40주년을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늘의 과천관을 새롭게 발견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프로젝트로 기획했다"며 "건축과 자연, 예술이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미술관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1986년 개관 이후 과천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과천관의 유산을 돌아보고 미래 40년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그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관은 개관 40주년을 맞아 과천관의 건축 구조와 '빛'을 모티프로 한 새로운 그래픽 아이덴티티도 선보인다. 대공원역부터 미술관 진입로와 내부까지 사이니지를 전면 개편하고 휴식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 건축과 전시가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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