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최초 소아청소년 당뇨병 전국 등록연구
조기 진단 및 예방 체계로…표준 지침 마련 목표
15세 미만 1형, 30년간 5배 증가…0~14세 뚜렷
"1형 조기 진단 위한 항체검사 급여화 선행돼야"
초등학교 1학년 때 1형 당뇨 진단을 받고 10년간 치료를 이어온 임채언군.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서성환연구홀에서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열린 질병관리청 아카데미에서 그는 이같이 말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그의 오른팔엔 실시간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투여하는 무선 인슐린 펌프가 부착돼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학업을 위해 무선 펌프를 하게 된 임군은 최근까지도 하루에 여러번 주사를 맞아야 했다. 병을 발견했던 초등학교 시절엔 이를 밝히기 꺼려져 주사를 맞는데 어려움도 겪었다. 한번은 시험을 앞두고 저혈당으로 쓰러졌는데, 시험지 위 글씨가 둥둥 떠다녔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턴 병을 밝히고 교실에서 주사를 맞아왔지만, 1형 당뇨를 잘 알지 못하는 주변에 수없이 설명을 반복해야 했다.
그는 "'단 거 먹으면 안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10년 내내 들었다. 그럼 저는 똑같은 사람이니까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아닌 자연스럽게 봐달라"며 "저희도 똑같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단 1명이 있더라도 학교들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인슐린을 투여해 혈당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급성 합병증 위험이 크며, 심할 경우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2형 당뇨는 이른바 '성인병'으로 꼽히는 당뇨병으로 대부분 비만이나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기의 1형과 2형 당뇨 모두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5세 미만 인구 10만명당 1형 당뇨 발생률은 1994년 1.06명이었지만, 2021년 5.28명으로 증가했다. 30년간 약 5배가 늘어난 셈이다.
1형 당뇨는 0~14세에서 뚜렷하게 증가했고, 2형 당뇨는 사춘기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아가 1형 당뇨, 남아가 2형 당뇨에서 우세했다. 더욱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에서 발생률과 유병률 모두 높게 관찰됐다. 1차 친족 가족력은 3.4%로 서구보다 낮지만, 형제 유병률은 일반 인구 대비 약 10~15배 높아 조기 발견의 핵심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으로 인한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은 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30세 미만 인구 1000명당 미세혈관 합병증은 1형 당뇨가 2008년 32.2명이었으나 2021년 12명으로 떨어졌다. 2형 당뇨는 2008년 31.4명에서 2021년 12.4명으로 감소했다. 대혈관 합병증도 1형 당뇨가 2008년 72명에서 2021년 36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하지만 유병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복통과 구토로 응급실을 찾았던 5살 아이는 고혈당 증세로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또다른 2살 아이는 5살 형제가 먼저 당뇨를 진단 받은 후 똑같이 발병이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족력이 있어도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는 제도와 지원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1형 당뇨 가족이 있을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조기 발견을 위한 자가항체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 현실과는 간극이 크다. 국내에선 4가지 주요 항체 검사에서 2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이영아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2단계에 조기 진단을 하기 위해선 항체 검사가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조기 진단으로 여러 임상시험이 진행되면서 실제 발병이 지연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에선 안타깝게도 발병한 환자에게도 1형 당뇨 환자 70~75%가 양성 반응이 나오는 중요한 아연 전달(ZnT8) 항체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당뇨병 관련 정확한 통계도 전무하다. 해외에선 수십년 전부터 국가 주도 연구가 이뤄졌지만, 국내에선 미비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이에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030년까지 5년간 국내 최초 소아청소년 당뇨병 전국 레지스트리(등록연구)를 구축한다. 고위험군 선별 및 조기 진단, 예방을 목표로 소아청소년 당뇨 환자를 모집해 임상·심리·사회·경제적 데이터를 통합적·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연구 사업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도 인슐린 분비가 안 되는 당뇨병을 췌장장애로 인정하며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신설한 바 있다.
연구엔 현재 42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며, 5000명(1형 3000명·2형 2000명)을 목표로 한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서울권,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경기와 충청권, 경북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경상과 전라 지역으로 나뉘어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료 수집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가 표준 진료지침을 만들고 소아청소년의 당뇨 예방 관리 전략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며 "장기 추적 통계와 연구를 근거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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