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 담은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시행
정부 대신 대형 플랫폼, 허위조작정보 신고·삭제·통지까지 직접 판단
사실과 의견 사이 '회색지대'가 숙제…플랫폼 보수적 대응 시 과잉차단 우려
외부 심의·팩트체크 시간 걸려…'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실효성 지적도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령(가짜뉴스법)이 7일 전격 시행되면서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의 허위정보 판별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가짜뉴스를 직접 심의해 삭제하는 대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이 신고를 받아 1차로 가려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의 자율적인 운영과 사실확인(팩트체크) 단체 지원, 투명성 센터 설치 등을 통해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에서는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명확한 판별 기준과 지원 인프라가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고 받으면 뚝딱 처치?…까다로워진 플랫폼 의무
7일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따르면 하루 이용자 100만 명 이상인 대형 플랫폼 사업자는 가짜뉴스 판정 기준과 조치 방법을 담은 자율 정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 규제 대상에는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SOOP(숲) 등 국내 기업은 물론 구글(유튜브), 메타, 엑스(X), 틱톡 등 해외 기업도 포함된다.
플랫폼은 허위정보 신고를 받으면 즉시 신고자에게 접수 사실을 알려야 한다.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할 때는 정당한 이유와 이의신청 절차를 신고자와 작성자 모두에게 통지해야 한다. 가짜뉴스 신고와 처리 건수 등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도 매년 두 번 이상 공개해야 한다.
◆명백한 가짜뉴스보다 애매한 '회색지대'가 숙제
이 중 일부 기업은 법 시행에 맞춰 하위 정책과 신고 체계를 손봤다. 네이버는 고객센터 내에 전용 신고센터를 신설했다. 또 허위조작정보임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끼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를 유통해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해당 게시물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서비스 운영정책에 담았다.
카카오 역시 신고 기능을 도입했다. 다만 카카오톡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오픈채팅'만 규제 대상에 들고, 일반 사적인 대화방(단톡방)은 법 적용에서 빠진다.
◆"백신 음모론은 쉬운데"…애매한 '회색지대'가 진짜 문제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를 완전히 새로운 규제라기보다 그동안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온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를 법제화한 성격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국내외 주요 플랫폼은 팬데믹 당시 불거진 백신 음모론 등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자율적으로 삭제하거나 게시글 노출을 제한해 왔다. 선거 기간 딥페이크나 사칭 계정, 조작된 후기·리뷰처럼 허위성이나 피해 가능성이 비교적 명확한 사안도 기존 운영정책으로 대응했다.
업계가 진짜 부담을 느끼는 대목은 명백한 가짜뉴스가 아닌 애매한 '회색지대'다. 사실과 의견, 풍자와 조작, 과학적 논쟁과 허위정보의 경계를 민간 기업이 일률적으로 자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에서 기준을 최대한 명확히 제시하면 따르겠지만 애매한 영역까지 민간 기업이 최종 판단하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며 "허위조작정보 사례를 플랫폼에 묻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할 정도로 현장도 기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도 "현행법상 여러 문제가 있어서 자율규제가 실효적일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판단 돕는다지만…퍼지는 속도 못 따라갈 수도"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가이드라인을 판단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기업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은 KISO 내부의 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외부 전문 팩트체크 단체의 검증 보고서도 자율 조치에 반영한다. 사실 여부뿐 아니라 맥락과 표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팩트체크 단체가 허위조작정보 사실 관계를 검증한 뒤 그 결과를 보고서로 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플랫폼은 이러한 검증 결과를 자율 운영정책에 반영해 삭제·차단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외부 위원회 심의나 팩트체크 검증을 기다리는 동안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거짓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가능성이 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최종 법원 판결까지 가려면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플랫폼은 판단 압박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소송을 피하려 보수적으로 대응하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차단' 논란이 생긴다. 반대로 너무 신중하게 접근하면 가짜뉴스를 방치했다는 '늑장 대응'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용자 권리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정부와 지원 단체의 실제적인 현장 조력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명백한 불법정보나 이미 판례가 쌓인 사안은 기존에도 플랫폼이 조치해 왔다"며 "문제는 법적 판단도 엇갈릴 수 있는 사안을 플랫폼이 초기 단계에서 선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 권리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면 정부와 자율규제기구, 사실확인 단체의 지원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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