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때 벌어질 일?…'위메프' 보면 안다

기사등록 2026/07/07 05:02:00

2024년 7월 터진 '위메프·티몬 대규모 미정산 사태'

"홈플러스 남 일 같지 않아…이자라도 낮춰 달라"

[서울=뉴시스]김지윤 인턴기자=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판매자 및 소비자가 모인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2026.07.07.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위메프가 떼간 3억원은 저와 남편의 노후 자금이었습니다. 지금도 7월만 되면 자꾸 생각납니다. 홈플러스 소상공인들을 보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위메프·티몬 발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피해 소상공인 김경희(61·여)씨는 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손 처리에 시간이 걸려 아직 종합소득세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 간병비까지 드는데 살아서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24년 7월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촉발된 미정산 사태가 터진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피해 소상공인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때 머물러있다. 그 사이 새 주인을 만난 티몬과 달리 위메프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인 작년 11월 파산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김씨는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개월 전부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평소 납품해 온 토마토 같은 신선 식품은 보통 결제일 기준 일주일 전후로 정산이 됐는데, 이때부터 위메프가 입금을 미루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부문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본사 직원 말과 5년이 넘는 위메프와의 거래 이력을 믿은 김씨는 무리해서 고객 감사제까지 진행했다. 그런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3억원이 넘는 부채와 우울증이었다.

김씨는 "매달 100만원이 넘는 원리금을 내고 있는데 수입은 없고 인건비는 계속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신과 약을 먹고 있지만 부모님이 먼저 가시면 이제 미련이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잠깐 관심 갖다 잊히는 건 매한가지"라고 했다.

위메프 미정산 피해자 수는 10만8000여 명, 피해 규모는 약 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총자산보다 부채 총계가 많은 위메프로부터 제대로 정산받은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피해자 구제율이 0%에 그친 것이다.

김씨는 "홈플러스 입점 점주분들 기사를 다 챙겨보고 있다"며 "정부 지원금이 제공된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가 받은 혜택은 정책 자금 대출뿐이다.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 이자만이라도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6.07.07. kgb@newsis.com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 연합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신정권 위원장(49·남)은 "지금도 내는 월 이자만 1000만원이 넘어 작년에는 눈물을 머금고 물류센터 직원들을 정리했다"며 "올해 들어 회생이나 파산에 들어간 피해 셀러·법인이 굉장히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에 따르면 비대위 오픈 채팅방에서 실명 인증을 한 소상공인 6명 중 1명꼴은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정책자금 거치 기간 2년이 도래하는 업체가 많아 더 걱정스럽다고 했다.

티몬·위메프를 합쳐 10억원 이상이 물렸다는 신 위원장은 "정부가 재빠르게 홈플러스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긴급경영안정자금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대출의 속성을 갖는다. 홈플러스 소상공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통에 빠지는 건 아닌지 정말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티몬·위메프 피해 소상공인에게 투입된 정책자금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1004억원(362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465억원(1130건) 등 총 1500억원에 육박한다.

제주에 위치한 위메프 피해 중소기업 대표인 박모(50·남)씨는 "관광 산업이 발달한 지역 여건상 처지가 더 열악하다"며 "주변 여행업체 중에는 40억원 넘게 못 받은 곳도 있다. 위메프가 세금 계산서까지 다 끊어 놓고 파산해 절차가 훨씬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위메프에 호되게 당한 뒤로 플랫폼 진출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홈플러스도 저렇게 됐고 우리가 믿고 장사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어야 하는데 어떻게 나라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 같은 사람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할 수가 있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위메프 같은 기업에 제재하거나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지금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이럴거면 피해 조사는 왜 했냐"고 반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홈플러스가 위메프처럼 파산을 하면 자산 정리에 들어갈 텐데, 이 과정에서 피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을지 의문"이라며 "유통 업체 등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판매 대금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예치하게 하는 안전장치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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