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신설…초과세수 세계잉여금 되기 전에?

기사등록 2026/07/07 06:30:00

미래대응기금 신설 공식화…연내 법 개정 추진

추가세수 별도 기금화로 전략산업 투자 추진

세계잉여금으로 넘길 경우 교부세 정산 우선

"지금 투자 안하면 AI·반도체 골든타임 놓쳐"

국가채무 부담 속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도

[서울=뉴시스]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당정청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세계잉여금으로 넘길 경우 전략산업 투자와 청년·양극화 문제 해소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를 거치기 전에 추가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쟁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략산업 투자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재정건전성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기금의 규모와 용도, 성과 관리 체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사진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2026.07.05. photo@newsis.com
◆당정청, 미래대응기금 신설 공식화…연내 법 개정 추진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제9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공식화했다.

이 기금은 추가세수를 미래 세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다. 추가세수를 일회성 재정지출이 아닌 별도 기금으로 관리해 장기 운용이 가능한 투자 재원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금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비롯해 미래 성장 동력 창출, K자형 양극화 대응, 청년 주거·창업·일자리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기금의 규모와 조성 방식, 운용 주체 등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는 연내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관계부처 의견 수렴을 거쳐 기금 규모와 세부 사업, 재원 조성 방식, 운용 체계 등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사진은 지난 5월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5.27. jtk@newsis.com
◆세계잉여금 넘기면 교육교부금 등 법정 배분 우선…"골든타임 놓칠라"

이처럼 정부가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리려는 것은 세수 증가분이 결산 이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갈 경우 법정 배분 절차에 묶여 정책 재원으로 활용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일반회계상 추가세수가 연내 미래대응기금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활용되지 않으면 결산 과정에서 세출·이월액 등을 뺀 뒤 세계잉여금으로 남게 된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순으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계잉여금은 우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쓰인다. 내국세 총액의 19.24%는 지방교부세로, 내국세의 20.79% 및 교육세 일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각각 지자체에 교부된다.

이 절차를 거친 뒤 남은 세계잉여금 중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해야 한다. 공적자금상환기금이란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이후 다시 남은 금액의 30% 이상은 국채나 차입금 원리금 등 국가채무 상환에 써야 한다.

즉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세수를 올해 안에 기금으로 묶거나 추경 등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세계잉여금으로 넘어가 정부가 전략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 일자리와 양극화 해소,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적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가세수를 결산 이후 법정 배분 절차에 맡기기보다 전략산업 투자 재원으로 먼저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당정청 판단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5일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허투루 써선 안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처 관계자도 "추가세수를 세계잉여금으로 넘기면 법정 절차에 따라 사용처가 정해지는 만큼 정부가 필요한 분야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메가 프로젝트와 청년 일자리, 양극화 해소 등 시급한 과제에 재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6일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는 1304조5000억원으로 전년(1175조원) 대비 129조4000억원 증가했다.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49.0%로, 우리 경제 규모 대비 국가채무가 절반 수준까지 늘어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국가채무 부담 큰데 별도 기금화…재정 원칙 훼손 우려도

다만 국가채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추가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를 두고 비판도 나온다. 법적으로 정해진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에 따라 국채 상환에 우선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의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은 전년(46.0%)보다 3.0%포인트(p) 상승한 49.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채무 규모는 1304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300조원을 넘어섰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과세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별도 기금으로 돌리는 것은 재정 운용 원칙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반도체 초과 세수도 결국 경기가 좋아져서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줄이고 국채를 상환하는 데 쓰는 것이 맞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세계잉여금 절차를 우회할 경우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예산 통제 원칙이 약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추가세수를 별도 기금으로 관리할 경우 일반회계 예산보다 국회의 심의·통제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날 수 있어 재정 운용의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략산업 투자가 필요하더라도 기금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돈을 얼마나 쓸지, 성과는 어떻게 따질지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세수를 기금화해 전략산업과 디지털·AI 산업 등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재원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며 "다만 미래대응기금이 일반 예산이나 추경과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래대응기금이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에 기대는 구조라는 점에서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규모로 운용될지도 미지수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는 돈이 들어오지만 업황이 꺾이면 기금에 쌓을 재원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처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향후 세입 여건 악화에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이 양호한 시기에는 재원을 일부 축적하고, 세수 결손이 발생할 때는 이를 활용해 재정 운용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기획처 관계자는 "기금 재원이 언제까지 계속해서 쌓일지는 반도체 사이클과 연결돼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건 맞는다"면서 "추가세수가 향후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미래 투자 재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제도 설계와 운용 방향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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