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전민영 인턴 기자 = 흔히 폐경이 되면 난소가 모든 기능을 멈추고 '은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경 이후 난소가 전신 염증 반응과 노화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국제 학술지 '분자 인간 생식(Molecular Human Reproduction)'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서 노화된 생쥐의 난소를 분석한 결과, 폐경 이후 난소 조직이 전염증성 신호를 보내는 면역 세포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그동안 의학계는 일정 기간 배란이 중단되면 난소 기능이 사실상 종료된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난소가 폐경 이후에도 완전히 비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면역학적으로 새로운 성격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만성 염증'이다. 급성 염증이 외부 손상에 대한 일시적인 방어 반응이라면, 폐경 이후 난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염증 신호는 주변 조직과 전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속적인 염증 반응이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관절염, 제2형 당뇨병 등 노인성 질환과 연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난소에서 증가한 면역 세포들이 사이토카인 등 염증 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하면서, 전신이 만성 염증 상태에 놓이고 면역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는 50세 이후 일부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맨해튼 아이칸 유전학 연구소의 브라이언 브라운 박사는 "인체는 40세 이후부터 염증을 조절하는 능력이 점차 약화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프란체스카 던컨 박사는 "이번 발견은 가임기가 끝난 난소가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 비활성 상태라는 기존의 가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며 "난소가 호르몬 분비와 국소적인 세포 신호 전달을 통해 여성의 전신 노화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인간이 아닌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단계다. 그럼에도 학계는 이번 발견이 폐경 이후 건강 관리 및 여성 노화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munchunn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