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반도체 팹 4기 건설 계획
메모리 호황에 생산시설 확충 필요성
"전력, 용수, 정주 여건 등 지원 필요"
반도체 업황 둔화시 재무 부담 커질수도
글로벌 메모리 수요 폭증에 따른 새로운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 필요성과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이 맞물리며 서남권 반도체 팹(공장) 구축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입지와 착공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양사는 반도체 팹 구축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정주여건 등을 신중하게 따져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향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시 공급 과잉으로 양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두 차례의 국민 보고회를 통해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4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 2기를 건설할 계획이고, SK하이닉스도 서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 기업의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알려지자 외신들도 "인공지능(AI) 붐에 건 가장 큰 베팅"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서남권 투자 계획에 "AI 붐에 건 가장 큰 베팅 중 하나"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AI 시대의 생존에 필수적인 AI 인프라 구축에 최소 8800억 달러(1350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미래 반도체 수요는 엄청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일정이 빨라져 새로운 단지를 준비할 시점도 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향후 미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전제하에 SK하이닉스는 용인클러스터 만으로는 충분히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맞아 추가적인 생산시설 확충을 준비하던 반도체 투톱이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 기대 등으로 호남 반도체 투자를 결심한 모양새다.
다만, 양사는 구체적인 입지나 착공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팹 건설은 약 10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인프라 등 여러 조건을 신중하게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의 인프라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PPA)을 적극 확대해주고 LNG 열병합도 반드시 추진되도록 다시 한번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반영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전통적으로 큰 경기 변동성을 보여 왔다"며 "당사의 판단과 달리 생산시설이 확충되는 시점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돼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경우, 중장기 투자 전략에 따른 생산시설 투자로 인해 당사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0일 올해부터 2040년까지의 국내 투자 비전을 공시하며 "해당 규모 및 일정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목적은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 세부 내용은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등 투자'라고 밝혔다.
다만 같은 날 정정공시를 내고 "상기 중장기 투자 계획은 현재 시황에 근거한 장래 계획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까지 10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업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와 정식 계약이 아닌 MOU를 체결한 만큼 상황에 따라 투자 계획은 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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