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사랑의 힘이 권력에 대한 사랑 이길 때 세상은 평화”
중국·유럽 등에서도 ‘무단 등반’으로 문제되기도
보안 검색 철저한 빌딩에 어떻게 진입했는지 밝혀지지 않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첨탑 끝에 올라가 현수막을 펼치며 ‘청혼 퍼포먼스’를 펴던 커플이 1일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루프 토핑(rooftopping)’이라는 고층 건물 등반으로 유명한 안젤라 니콜라우(33)와 이반 비어쿠스(32) 커플은 이날 낮 12시께 약 440m 높이까지 올랐다.
니콜라우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으나 비어쿠스는 기소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일 보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고공에서 바라본 아찔한 풍경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현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있다”고 설명을 달았다.
현수막에는 “사랑의 힘이 권력에 대한 사랑 이길 때 세상은 평화를 알게 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니콜라우의 이름은 안젤리나, 베르쿠스는 성을 쿠즈네초프라고 밝혔다.
◆ 중국·유럽 등에서도 ‘무단 등반’으로 문제되기도
이 커플은 2024년 다큐멘터리 영화 ‘스카이워커스: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그들의 로맨스와 스릴, 명성을 향한 여정을 담았다.
2022년에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높이 약 610m가 넘는 ‘메르데카 118’ 빌딩 첨탑에 올랐다.
니콜라우와 비어쿠스는 뉴욕과 말레이시아의 건물 외에도 중국과 유럽의 건물 및 건설 현장에 올라가 때로는 법적 문제에 휘말리기도 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끝부분 ‘니들’은 통신 장비와 안테나 등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건물 최상층에서 약 61m 높이로 솟아 있다.
기네스 웹사이트에 따르면 1994년 프랑스 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올랐다.
뉴욕의 고층 빌딩과 기념물들은 오랫동안 등반가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장소였다고 NYT는 소개했다.
1918년 ‘인간 파리’라는 별명을 가진 해리 가디너는 브루클린의 그랜드 아미 플라자에 있는 높이 24m의 군인 및 해군 기념 아치에 올랐다.
필립 프티는 1974년 세계무역센터 빌딩 사이를 외줄타기로 건넜다.
고층 건물을 연구해 온 럿거스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이슨 바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초기 설계에는 첨탑이나 안테나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특한 크라운을 가진 크라이슬러 빌딩이 건설된 후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계류탑을 포함하도록 건물이 재설계되었다는 것이다.
◆ 안테나 꼭대기에서 키스·격자 난간에서 청혼 등 퍼포먼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베르쿠스는 첨탑 꼭대기에서 니콜라우에게 청혼했다. 니콜라우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는 베르쿠스가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모습이 담겼다.
뉴스 헬리콥터 영상에 따르면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은 좁은 난간에 균형을 잡은 채 빌딩 안테나 꼭대기에서 키스를 나누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안전줄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AP 통신은 2일 전했다.
한동안 머물렀던 두 사람은 현수막을 걷어들이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금속 격자 구조를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해 더 넓은 난간으로 내려 온 뒤 한 사람은 사진 장비하고 한 사람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두 사람이 다시 키스를 하고 포옹한 후, 다른 한 사람은 마치 반지를 살펴보는 듯 왼손을 뻗은 채 셀카를 찍었다.
경찰 긴급대응팀(Emergency Services Unit) 요원들은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가느다란 구조물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찰의 바디캠 영상에는 한 요원이 “여기 계시면 안됩니다”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경찰관들이 안테나 내부의 층계에 도착해 사다리를 내려오던 커플을 만났고 두 사람은 침착하게 경찰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오후 1시 이후 두 등반가를 연행했다.
◆ 보안 검색 철저한 빌딩에 어떻게 진입했는지 밝혀지지 않아
빌딩 사무실 직원들은 보안 검색이 철저해 대형 소지품, 스포츠 장비, 의상, 가면 등을 반입하지 말라는 안내를 받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온갖 장비를 갖추고 첨탑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의아해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 빌딩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제시카 카플란은 “그들이 어떻게 보안 검색을 통과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102층 건물 내 공용 구역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 안테나에 두 사람이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관리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무단”이었으며 건물 내 누구에게도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31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일반 관광객은 86층과 102층 전망대만 올라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