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승인없는 주교 서품식 강행 움직임, 파장 예상
교황 “주교 서품 강행하면 파면 혹은 성사에서 배제”
SSPX, 미주리주 본부 소수 단체…사제 700명·신도 60만 명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교황 레오 14세가 반체제 가톨릭 단체로부터 도전을 받아 교황 즉위 후 첫 번째 주요 위기에 직면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자신의 승인없이 주교 서품을 강행하려는 전통주의 가톨릭 반체제 인사들에게 최후의 호소를 했다. 만약 그들이 강행하면 “극도로 중대한 죄를 짓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 교황 “주교 서품 강행하면 파면 혹은 성사에서 배제”
취임 1년여를 맞은 레오 14세 교황은 라틴어 외 다른 언어로 미사를 거행하는 것을 허용한 개혁을 거부하는 ‘성 비오 10세회(SSPX)’로부터 도전에 직면했다고 CNN과 AP 통신 등 외신이 1일 보도했다.
성 비오 10세회는 1일 스위스 에콘의 신학교에서 4명의 주교를 서품할 예정이다.
교황은 서품식이 분열적인 행위가 될 것이라며 서품식이 강행되면 새 주교들은 파문당하거나 교회의 성사에서 공식적으로 배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SSPX로 알려진 해당 단체에 보낸 서한에서 “간절히 호소합니다. 그리스도의 흠 없는 옷을 찢는 것은 극도로 중대한 죄이므로, 저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양심을 밝히시고 마음을 일깨워주시기를 바랍니다”고 썼다.
가톨릭 교리에서 주교와 교황 사이의 연결은 교회의 일치를 위한 초석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이후 교회 일치 증진에 주력해 왔지만 교황의 동의 없이 주교 서품식을 강행하려는 해당 단체의 결정은 교회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 간주된다고 CNN은 전했다.
◆ SSPX, 미주리주 본부 소수 단체…사제 700명·신도 60만 명
SSPX는 미주리주에 본부를 두고 버지니아주 딜윈에 사제 양성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일 서품될 주교 중 한 명은 바로 그 신학교 교장 마이클 골다데 신부다.
이 단체는 1970년 스위스에서 프랑스 출신의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에 의해 설립됐으나 5년 후 프리부르 주교에 의해 공식적으로 해산됐다.
1988년에는 교황의 승인 없이 네 명의 주교를 서품해 파문당했다.
주류 교회와의 분열의 핵심에는 르페브르와 그의 추종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0년대에 도입한 교회 개혁에 반대했던 것이 있다.
‘레페브르주의자’들은 종교의 자유, 에큐메니즘(다른 기독교 교파 및 종교에 대한 가르침), 그리고 가톨릭 예배 개혁에 대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의회의 주요 개혁 중 하나는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를 규탄한 것이었다.
레페브르주의자들은 가톨릭 교회가 자유주의적이고 모더니즘적인 사상의 유입으로 인해 비상사태에 처해 있으므로 교황 승인없이 주교를 서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SPX는 전 세계적으로 약 700명의 사제와 60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4억 명의 신도와 약 40만 명의 사제를 보유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교황은 이들이 교회의 일치를 위협하는 존재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레오 교황의 측근인 시카고 대교구의 블레이즈 쿠피치 추기경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점은 교회의 조직 내에 병행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교황 승인없는 주교 서품식 강행 움직임, 파장 예상
최근 수십 년 동안 여러 교황들이 이 단체와 화해를 시도해 왔다.
2009년 베네딕트 16세 교황은 1988년 서품된 네 명의 주교에 대한 파문을 해제했다.
그러나 그중 한 명인 리처드 윌리엄슨 주교는 나치가 홀로코스트에서 가스실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한 것이 밝혀져 독일 법원에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이 단체에서 제명됐다.
교황은 해당 단체에 주교 서품식을 강행하지 말 것을 호소했지만, 단체는 이미 준비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다.
서품식을 중심으로 한 4일간의 행사 일정을 상세히 안내하는 웹사이트도 개설됐다.
75스위스프랑 상당의 와인 4병이 들어 있는 기념품 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교황은 16일 기자들에게 한 발언에서 대화에는 열려 있지만 임박한 서품식과 관련해서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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