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레버리지 ETF 자금 몰리며 반대매매 우려
거래소, 올해 다섯 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합산 비중은 2년 전 약 40%에서 올해 사상 최고인 60%로 높아졌다. 두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코스피는 올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급등장 뒤에는 급락 위험도 따라붙었다. WSJ에 따르면 코스피는 23일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 속에 10% 급락했다가 이틀간 반등했지만, 26일 다시 5.8% 밀렸다.
29일 오전 장 초반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 넘게 하락하며 코스피를 장중 3% 이상 끌어내렸다. 이후 낙폭을 모두 만회해 WSJ 보도 당시에는 1% 미만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단순한 주가 하락이 아니라, 하락세가 증시 전체로 번지는 구조다. 두 종목에 개인투자자의 빚투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몰린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와 기관투자자 매도가 맞물려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도 불안 요인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추가 담보금을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가 추가 담보금을 내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보유 주식이 강제 매도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각각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WSJ은 전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세 배 가까이 뛰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네 배 올랐다.
줄리어스베어 자료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 흐름을 반영하는 MSCI 한국 지수의 하루 등락률이 5%를 넘은 날은 올해 전체 거래일의 5분의 1에 달했다. 2025년에는 이런 날이 전체 거래일의 0.8%에 그쳤다.
마티외 라셰터 줄리어스베어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시장 흐름은 쏠림 위험을 다시 보여준다”며 “투자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쏠림은 AI 수혜주가 많은 다른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나스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엔비디아와 애플의 비중은 약 20%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에서는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와 도요타의 비중이 10% 미만이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비중이 1%포인트 더 오르면 일부 미국 펀드가 분산투자 규정에 맞추기 위해 한국 주식을 약 20억 달러, 약 2조8000억원어치 줄여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두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지나치게 좌우되면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분산투자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주가 하락이 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기관투자자 쪽에서도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이후 한국 자산운용사들의 운용자산 증가는 새 자금 유입보다 기존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에 힘입은 측면이 컸다. 주가가 오를수록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도 특정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작은 조정도 연쇄 매도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모닝스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개인투자자 보유와 신용거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몰린 점을 지적했다. 징제 위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변동성을 크게 키운다”며 “하락 국면에서는 마진콜이 투자자들의 강제 매도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거래 제한과 옵션 출시 연기 등으로 과열 진정에 나섰다. 한국거래소가 26일 코스피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 것은 올해 들어 다섯 번째였다. 거래소는 23일에도 급락세가 커지자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거래소는 시장 변동성을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4개 종목의 주가에 연동되는 주간 옵션 출시도 연기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막지 못한 데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을 수 있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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