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무감각이 일깨운 완벽주의의 환상…김승주, 스스로 헐어낸 '미완성의 완성'

기사등록 2026/06/29 08:43:35

오늘 첫 정규 앨범 '미완성바이러스' 발매…데뷔 6년만

'불행의 역사'·'일기장'·'구시가지로'…트리플 타이틀곡

'바이러스'·'백신'·'소강' 세 개의 장…독창적 스토리텔링

[서울=뉴시스] 김승주. (사진 =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2026.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완벽하게 벼려진 예술 앞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누추함을 발견하고 부끄러워진다. 그러므로 어떤 작품이 도달하는 숭고함은 역설적이게도 흠결 없음이 아니라, 기꺼이 스스로의 결핍을 헐어내어 보여주는 태도에서 온다. 상처 입은 세계를 은폐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 곁에 자신의 불완전함을 나란히 누이는 것. 그것은 미학적인 성취인 동시에 지극히 윤리적인 선택이다.

최근 충무로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김승주는 슴슴한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온 뒤 그 결핍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싱어송라이터의 산실 '제3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2021)에서 대상을 받으며 떠오른 김승주는 2020년 데뷔 후 록 기반의 만화적 사운드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해 왔다.

무려 데뷔 6년 만에 빚어낸 첫 정규 앨범 '미완성바이러스'는 하나의 거대한 오답 노트이자 서늘한 위로의 기록이다. CJ문화재단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 '튠업'의 지원으로 완성된 이번 앨범에서 그는 작사, 작곡, 편곡 전 과정을 홀로 감당했다.

29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이 앨범에 실린 총 11곡의 트랙은 '바이러스', '백신', '소강'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트리플 타이틀곡 '불행의 역사', '일기장', '구시가지로'를 관통하는 화자는 기적적인 완치를 꿈꾸며 번듯한 신시가지로 도망치는 대신, 다시금 낡은 구시가지의 풍경 속으로 돌아와 제 안의 미완성된 상태를 기꺼이 끌어안는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다소 무모하고 낭만적인 믿음을 여전히 간직한 채, 그는 자신이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사운드적 욕망을 스스로 거세하는 방식으로 앨범 곳곳에 의도된 흠집을 새겨 넣었다. 서로의 엉터리 같은 삶을 용인하게 만드는 이 이타적인 감염은 결국 성급한 치유나 종식이 아닌, 상처를 직시하는 의연한 소강상태로 청자들을 이끈다. 미완성이라는 돌을 끊임없이 산 위로 굴려야 하는 예술가의 숙명 속에서, 기어코 '미완성의 완성'이라는 주관적 해답을 쥐고 나타난 김승주와 충무로에서 나눈 근사하고도 다정한 문답을 여기 옮긴다.

-점심은 먹었어요?

"○○면옥에서 냉면 먹었습니다."

-○○면옥에 사람 많지 않았어요?

"적당히 붐비는 정도였습니다. 기다리진 않았어요."

-냉면 좋아해요?

"네, 저는 엄청 좋아합니다."

-냉면의 어떤 점이 좋아요?
[서울=뉴시스] 김승주. (사진 =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2026.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단 속이 편해서 좋고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을 '호'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일단 좋고요. 냉면 특유의 슴슴한 맛, 그리고 요소들이 별로 많지 않은데 그걸 더 좋아지게 생각할 수 있고, '이건 어째서 좋고 어째서 나쁘고' 이런 작은 요소들 속에서 자꾸 찾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조금의 변화만 생겨도 맛이 엄청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승주 씨 음악 만드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첫 정규 축하드립니다. 데뷔하고 햇수로 따지면 생각보다 좀 오래 걸렸어요. 음악적 욕심도 많고, 정규로 얘기할 만한 서사도 갖고 있는 뮤지션이라 좀 더 빨리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소년만화 상(上)', '소년만화 하(下)' 두 EP로 이어진 시리즈물이 저한테는 하나의 정규 앨범 같았어요. 처음 만들 때부터 상, 하 흐름들을 다 계획해 놓고 만들었던 앨범이었거든요. 정규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제 마음 속 첫 번째 앨범은 '소년만화' 합본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긴 시간 동안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흘러가는 정규 앨범의 흐름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욕심이 생겼어요. 앨범의 메시지와 조금 반할 수 있지만, '완전무결한 어떤 것을 자꾸 만들고 싶다'는 욕심들이 있나 봐요. 응당 정규 1집이라면 이런 것도 있어야 되고, 저런 것도 있어야 되고, 이런 서사도 있어야 되고, 사운드적인 유기성도 가져야 하고, 가장 나다워야 하고… 여러 가지들을 자꾸 신경 쓰면서 만들기 마련인데, 저는 다를 줄 알았지만 저도 그것에 집착하고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좀 오래 걸렸습니다."

-고민도 많았을 텐데, 승주 씨의 성격상 '정답'은 안 찾았을 것 같고 '해답'은 좀 찾았어요?

"네, 단어가 조금 헷갈리긴 한데 지극히 주관적인 해답을 얻은 것 같아요."

-주관적인 해답에 대한 힌트 같은 걸 좀 준다면요?

"'해결할 수 없다. 해결 안 해도 된다. 나는 엉터리다' 정도로요. 저 스스로는 '엉터리여도 괜찮다'까지도 있지만, 이거를 제가 직접 말로서 전해주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말로서 전달하거나 제시하고 싶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음악을 듣고 그냥 스스로 생각하는 방향대로 해석해 주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예쁘지 않은 부분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앨범 타이틀인 '미완성바이러스'랑도 좀 맞닿는 것 같은데, 상처 입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겠다는 건가요?

"직관적으로 전달하자면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요. 명확하게는 '그래도 괜찮아, 우린 더 나아질 거니까'의 느낌보다는 '더 나아질 것도 없고, 더 잘못된 것도 없고, 잘못될 것도 없고' 이런 의연한 마음을 원하는 것 같아요. 백신으로서의 그런 마음을 갈구하는 뉘앙스가 맞는 것 같습니다."

-승주 씨가 기반 삼는 세계관은 디스토피아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마냥 절망적이지는 않아 보여요.

"절망적인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건 늘 맞는 것 같아요. 언제나 불완전하고 어리숙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마냥 절망적이지만 않다면, 그건 아마 제가 생각보다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디스토피아적 기분에 그냥 풍덩 빠져 있는 사람이 아니고, MBTI로 얘기하면 저는 완전 극 'S'거든요. 그래서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앨범 궤적이 '바이러스', '백신', '소강'인데 완치가 아닌 '소강'을 택한 게 승주 씨다웠어요.
[서울=뉴시스] 김승주. (사진 =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2026.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느끼는 소강의 이미지는 '어느샌가…' 이런 이미지거든요. 엄청나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끝나 있었다, 혹은 뿌옇게 그냥 지나가 버렸다, 이런 이미지로 저는 그 단어가 다가왔어요. 제가 '백신'에서 요하는 마음들이 더 나아가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이후가 종식이나 해피엔딩 이런 게 아니고 그냥 잔잔하게, 뿌옇게 딱 펼쳐지는 이미지로 느껴져서 그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승주 씨 음반에는 화자가 보이고 그 화자가 공간적으로 놓여 있는 게 그려져서 좋은데요. 이번 앨범의 화자는 신시가지로의 탈출이나 이동을 꿈꾸지만, 끝내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시가지로 돌아온 지금의 나는, 과거 구시가지에 있던 나랑은 다를 것 같거든요.

"우선 실제로 이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 시점, 그리고 앨범을 만들고 있는 중에 저는 이사를 했습니다. 동네는 매화동에서 매화동으로요. 집만 바뀌었는데 (시내) 중심지에 조금 더 가까워졌어요. 동네에 회전 교차로가 있는 로터리가 있거든요. 언덕을 조금 올라가야 되는 곳에서 로터리 쪽으로 실제로 이사를 가기도 했고요. 그것과 비슷하게 그런 이미지인데,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똑같은 사람이고, 왜냐하면 바이러스 종식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앨범은 한 번에 쭉 듣는 것을 고려해 만들었어요. '구시가지로'에서 다시 한 바퀴 돌아서 '미완성바이러스'로 갈 때의 사운드적, 서사적 유기성에도 신경을 썼어요. '구시가지로'의 아웃트로 맨 마지막에 나오는 아이들 웃음소리 같은 소리와 1번 트랙 처음에 나오는 노이즈의 주파수 대역을 비슷하게 설정했거든요. 그렇게 다시 돌아가는 바이러스, 꼭 끝인 것처럼 해방감을 느끼고 '나 이거 언제 지나갔지' 생각하다가도 또 오잖아요, 우리에게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불행의 역사'는 과거를 규명하는 역사 느낌이 있고, '일기장'은 현재를 기록하는 느낌, '구시가지로'는 공간적 회귀라서 제가 느끼기에는 다 다른 차원의 시간성인 것 같았어요.

"결론적으로 멀리서 바라보자면 다 같은 시간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긴 하네요. 원래 생각했던 건 과거에서 현재, 그 이후로 나아가는 흐름은 아니었고, 제 시각에서 보는 계절의 표현을 앨범에 넣으려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제가 느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앨범 안에 들어갈 수 있게요. 원래 앨범을 만들 때 늘 계절 감각을 생각하면서 만들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그 흐름이나 포맷이 일맥상통한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승주 씨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같은 시간대면 오히려 x축, y축, z축으로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로로 가는 '역사'가 x축이 될 거고, 기록하는 시간 축인 '일기장'이 y축, 지금 있는 공간감적 좌표인 '구시가지로'가 z축이 될 것 같은데요. 통기타로 연주하는 '구시가지로'는 승주 씨가 앞서 발표한 '인류를구원할수도없는통기타가수'가 연상됐어요. 승주 씨가 좋아하는 '20세기 소년' 주인공 켄지(KENJI)가 떠올랐거든요. 아직도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있나요?

"저는 당연히 아직도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구시가지로 다시 돌아갔다는 건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새로운 곡들에서 의도한 건 '공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앰프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하는 방식은 당연히 너무나 많이 쓰지만, 저희가 녹음한 공간의 공기가 느껴질 수 있도록 믹스와 편곡을 신경 썼고요. 특히 신경 쓴 것은 아까 말씀해 주셨던 '예쁘지 않은 것들을 담았다'는 부분인데,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트랙들에 '결핍'을 담아놨거든요. 스스로에게 제약을 많이 걸어놨어요. 특히 백신 파트에 제가 걸어놨던 제약이 있는데, '오진'이라는 곡에서는 필인(Fill-in)과 심벌즈가 한 번도 안 나와요. 저는 원래 화려한 드럼 플레이와 심벌 플레이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걸 모두 제외하고 끝날 때까지 8비트 리듬만 치도록 제약을 뒀어요. '일기장' 같은 경우도 제가 정말 선호하지 않는 코드 진행을 사용한다거나, '유예의 백신'도 안정된 형태의 다이내믹과 반복되는 송폼을 추구하는 제 성향을 깨려고 노력했어요. 전 제 음악의 믹스를 직접 하지 않는데 7번 트랙은 제가 직접 믹스를 했고요. 이렇게 스스로 '미완성일 거야'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백신 트랙에는 일부러 다 넣어놨어요."

-7번 곡은 왜 직접 믹싱을 해야 했어요? 믹싱은 오히려 완벽에 가까워지는 작업 아닌가요?

"7번 트랙은 믹싱의 품이 아주 많이 필요한 곡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이 백신 트랙에는 '내가 원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을 스스로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앨범에는 반드시 음악 외적인 어떤 것이 담겨야 한다는 게 저한테 너무 중요한 포인트였거든요. 그래서 그런 작업을 거쳤고, '소강' 파트의 곡들은 반드시 하루 안에 쓴 곡만 넣었어요. 이틀이 지나가게 된 곡은 뺐고요. 원래 4곡이었는데 그게 안 돼서 한 곡은 포기하고 11곡으로 미완성인 상태로 냈어요."

-진짜 되게 힘들게 음악을 하시네요. (웃음) 근데 그게 재밌어요. 진짜 그 결핍이라는 게 제 생각엔 예술이 줄 수 있는 약간 윤리 같은 것 같거든요. 완벽하거나 미학적으로 멋진 작품을 보면 내 자신의 결핍이 느껴지잖아요. 그런 결핍을 통해 나를 인정하게 만드는 게 예술의 효과라고 보는데, 그런 고민과도 맞닿아 있나요?

"오히려 그런 윤리적인 고민은 잘 안 해봤던 것 같아요. 결핍을 담았던 이유는, 그렇게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해 놓고, 듣는 사람들이 그걸 눈치 못 채기를 바라는 마음'이 엄청 컸거든요."

-유희적인 게 더 컸던 거군요.
[서울=뉴시스] 김승주. (사진 =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2026.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왜냐하면 '나는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했는데 여러분은 눈치도 못 채잖아요. 그러니까 어차피 겉으로 봤을 때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우리는 너무 집착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좀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멋진 말이네요. 저는 1차원적으로 생각했는데 승주 씨는 유희적으로 한 차원을 더 둔 것 같네요. 제가 결핍을 생각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팬덤 이름이 '누더기'인 것처럼 승주 씨는 이전부터 그런 걸 미학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기존의 관점들이 한 단계 더 성숙했다고 볼 수도 있고, 본인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네, 더 생겼어요."

-그런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된 건가요? 아니면 어떤 특이점 같은 게 있었어요?

"거창한 특이점은 아니었고요. 자연스럽게 생긴 게 맞을 텐데, 굳이 하나 얘기하자면 제가 곡을 쓰면서 부르면서 울 때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을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마스터링을 다 끝내고 혼자 음악을 듣는데 눈물이 계속 안 멈추는 거예요. 어쩌면 후회가 안 돼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런데요, 또 어쩌면 지금 제가 '소강'의 상태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또 모르죠."

-워낙 만화를 좋아하니까 묻는 건데, 이번에는 만화적 모티브가 조금 덜한 것 같아서요.

"'어떤 만화에서 발췌했다' 이런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만화라는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아시다시피 제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 그 정서는 당연히 유지되고 계승되는 것 같아요. 다만 이 앨범은 ''슬램덩크' 앨범입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앨범은 아닌 거죠."

-승주 씨가 애니메이션, 만화를 너무 좋아하는 걸 아니까 제가 억지로 찾아보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억지로 찾은 게 제 상상이긴 하지만 '카우보이 비밥' 같은 느낌이었어요. 영웅적 상상이 깨진 영웅의 고통 같은 게 느껴져서요. 이번에는 알게 모르게 그런 요소들이 녹아들어 간 거지 예전 모티프처럼 딱 있는 건 아니네요.

"제가 만화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만화가 스며들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이건 그냥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만화를 본 나에게서 영감을 얻은 건데, 단순히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 돼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어느 순간 생겼어요. 그래서 굳이 그런 모티프를 직접 내세우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어요."

-어쨌든 승주 씨가 만들어낸 건 김승주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다 걸러진 건데, 그런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죠.

"네. 저는 되게 개인적이고 사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게 누군가에겐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은 제가 자의적일 정도로 너무 자극적인 삶, 자극적인 것보다는 '만화 같은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 고민이 좀 있었습니다."

-연결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전까지는 외부 세계를 투영 받아서 앨범을 만드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시선이 내부로 거두어지는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 고민들이 제가 느꼈던 거랑 맞물린다고 봐도 될까요?
[서울=뉴시스] 김승주. (사진 =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2026.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네,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음악 만드는 데 더 힘들었겠네요.

"재미는 있었지만 어려움도 있었어요. 그 와중에 스스로에게 정신적인, 음악적인 제약을 두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더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 어려움 속에서 나의 '미완성'을 발견해서 만든 음악도 있고, 앨범 수록곡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보통 바이러스는 표면상으로 부정적이잖아요. 숙주를 병들게 하니까. 그런데 미완성 자체를 '바이러스'로 명명했고, 승주 씨 음악 기반에는 항상 연대 같은 게 깔려 있다고 보는데, 이번에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용인하게 하는 이타적인 감염 같은 걸 꿈꾼 게 아닌가 싶었어요.

"어떤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있진 않았는데요. 의도가 있었다면 트랙 1번부터 11번까지 흘러가면서 점점 적나라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무리의 이야기로, 개인의 입에서 무리의 입으로 바뀌는 흐름을 의도하긴 했어요. 어쩌면 그게 어떤 연대의 긍정적 바이러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서 무리가 되는 것… 그게 어쩌면 바이러스가 퍼졌으니까 그렇게 된 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감정도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만의 무리한 해석은 아니었네요. 다행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앨범 키워드 중에 중요한 건 '미완성'인데, 돌을 계속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 같은 삶의 미완성 같은 게 느껴져요. 예술가들은 항상 마주해야 할 부분이지만, 계속 미완성만을 최고의 미학적 가치로 추구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이 '미완성'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앨범을 완성해 놓고, 승주 씨는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가 궁금해요. 여전히 미완성인가요?

"앨범의 흐름이랑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들고 나서도 역시 '소강'의 감정을 느꼈고요. 이즈음에는 어떻게 보이든 자기들은 '완성'이라고 느끼기 마련인 것 같고요. 그렇지만 또 어느 순간 다가올 미완성의 순간들이 있겠죠. 절대로 없진 않을 거라서, 그걸 겁내고 두려워하기보다… 저는 비슷한 소강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저는 완성을 위해서 딱히 힘쓰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우문일 수도 있는데, 이번 앨범 작업에서 '미완성의 완성'이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어요?

"그게 결론적으로 제가 도달한 부분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마지막에 제 메모장에 '미완성의 완성'이라고 적어놨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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