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강진 '골든타임' 72시간 경과…구조대, 시간과 싸움

기사등록 2026/06/28 13:18:36 최종수정 2026/06/28 13:56:23

사망자 1430명 부상자 3238명 실종 신고 6만8900명

당국 대응 불만 고조…구조대 "현장, 조직적 체계 없어"

[라과이라=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의 건물들이 지난 24일 발생한 지진으로 파괴돼 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강진 희생자 수가 143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026.06.28.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베네수엘라에서 연쇄 지진이 발생한지  27일(현지시간)로 사흘이 지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적기)'로 보는 72시간이 경과하면서 현장의 절박함은 커지고 있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 의장은 이날 기준 사망자가 1430명, 부상자가 3238명이라고 발표했다.  실종 신고가 이뤄진 인원은 최소 6만8900명에 달한다.

 이번 지진은 지난 24일 오후 6시께 39초 간격으로 규모 7.2와 규모 7.5의 지진이 연쇄 발생했다. 진원이 얕은 강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카라카스 등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27일 현재까지 400여 차례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 등에서는 주민들이 중장비는 물론 삽과 맨손까지 동원해 건물 잔해를 헤집으며 생존자를 찾았다.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엘살바도르, 프랑스 등 전 세계에서 수색팀과 구호 인력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해 베네수엘라 지진 대응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며 "미국을 포함해 21개국이 구조·수색팀을 보내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구호물품과 자원봉사자를 실은 행렬이 피해 지역에 몰리면서 구급차와 구조대 진입이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출입 허가제까지 시행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주민들이 공식 창구 대신 직접 구호물자 전달에 나서면서 병목 현장이 발생한 것이다.

의료 물품을 싣고 오토바이로 5시간을 달려 라과이라에 도착했다는 대학생 헤수스 파체코는 "각종 구호 물자를 실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완전히 혼란 상태였다"며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가 정말 놀라웠지만 이렇게까지 몰려들면 오히려 구조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국영방송에 출연해 "군경 1만4000명이 피해 현장을 순찰 중이며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재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AP통신에 "정부 인력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행정력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군인과 소방관, 경찰, 군사학교 생도들 모두 참사의 규모에 비해 준비가 미흡한 모습이 역력했고 당국이 강력한 국가 대응을 연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현장에선 좌절과 냉소를 키웠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라과이라 구조 작업에 참여한 오스트레일리아 소방관 크레이그 드메이용은 "현장은 조직적 체계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안 마을 카라바예다에서 수색을 돕던 밀레이디 로메로는 "어제 오후 8시만 해도 저 아래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당국은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직접 여러 시신을 찾아냈지만 수습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직후 72시간을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시간이 지나면 수색의 중심이 살아 있는 사람보다 시신 수습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해외 지원을 총괄하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인 제러미 루윈은 "지진 부상자를 찾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엘살바도르 구조대원도 "이 시간 정도면 되면 대부분은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도 신의 도움으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을 몇이라도 더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난 현장에서 인간적인 장면도 보고되고 있다.  텔레문도에 따르면 구조대는 12시간 수색 끝에 건물 잔해 속에서 분홍 담요에 싸인 생후 18일 된 남아를 구조했다.  베네수엘라 구조대원이 잔해 아래 갇힌 노인을 달래면서 '지붕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설령 무너지더라도 내가 당신 곁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공유됐다.

한편,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지진으로 최대 676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들에게 긴급 주거와 안전한 식수, 위생·보건 서비스, 의료·보호 지원, 필수 구호품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물적 피해액이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6%인 67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라과이라=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구호 음식을 받으려는 이재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발생한 강진 희생자 수가 143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02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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