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책장을 넘겨보세요…여름을 읽는 세 가지 방법

기사등록 2026/06/28 09:00:00

시인 20인이 불러내는 '시절'의 기억

광고 카피처럼 콕 박히는 여름 문장

선재 스님이 경험한 '치유의 밥상'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장마는 더디게 오고, 더위는 좀처럼 물러날 기색이 없다. 해가 길어진 저녁,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여행지 숙소에서, 잠들기 전 책장을 넘기며 계절을 조금 다르게 건너보 건 어떨까. 한입 베어 문 수박처럼 시원한 시집,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문장, 제철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에세이까지. 올여름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신간 세 권을 골랐다.

▲수박처럼 찾아온 여름 시집…'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

서울국제도서전이 '여름, 첫 책'으로 선정한 시집 '다가올 시간에 윙크 윙크'는 한입 베어 문 수박처럼 시원한 표지 만으로도 여름을 닮았다.

고선경, 심보선, 안희연, 이제니 등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스무 명의 시인이 '시절'을 주제로 쓴 시 60편을 엮었다.

청소년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불안과 설렘, 성장과 후회를 저마다의 언어로 풀어낸다. 시집은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조용히 건넨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하지만 추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의 나를 다독이며 다가올 시간을 향해 한 걸음 내딛도록 등을 떠민다.

시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과거를 탐험하며, 그 속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그 발견을 시로 옮겨,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불안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과 위로,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 신호는 고요하지만 힘 있는 '윙크'로 표현된다.

"어쩌면 이 책은 미래의 당신이 보내온 편지일지도 몰라요. 현재의 당신을 도우려고. 두려운 마음이 차오를 때마다 다가올 날을 향해 윙크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한 번의 윙크가 백 마디 말을 대신해요. (중략)  윙크의 꽃말은 '괜찮아, 걱정 마, 흘러갈 거야'였으면 좋겠습니다."(안희연의 '여는말' 중)

시와 함께 실린 '시작 노트'에서는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와 시인들의 사적인 기억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또 각 부마다 플레이리스트 QR코드도 수록돼 음악과 함께 시를 감상하며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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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억하는 문장…'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

"인생의 가장 선명한 장면은 여름의 얼굴을 하고 있다."

24년 차 카피라이터 이시은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광고 카피들을 따라가며 결국 '여름'이라는 계절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여름은 문장이 된다'는 단순히 광고를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문장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여름의 장면과 감정들을 불러낸다.

책에는 JR도카이, 음료와 아이스크림, 여행과 철도 광고 등 일본을 대표하는 광고 카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문장이다. "땀이 너를 태양으로 만든다", "만나는 것이, 최고" 같은 짧은 문장들은 방학이 끝나던 날의 아쉬움과 여행길의 설렘,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저자는 광고가 만들어진 배경과 브랜드 철학,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들려준다. 한 줄의 카피가 왜 오래 살아남았는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도 차근차근 풀어낸다.

"매해 찾아오는 여름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좋은 카피를 읽는 즐거움을 넘어 자신의 여름을 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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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밥상이 건네는 위로…'나를 살리는 음식들'

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은 좋은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다. 몸을 돌보는 한 끼도 필요하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로 대중에게 친숙한 선재 스님은 15년 만의 신작 '나를 살리는 음식들'에서 음식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살리는 약이자 수행"이라고 말한다.

책은 선재 스님의 치유 경험에서 출발한다. 1994년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고 "잘 살아야 1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발효 음식과 제철 음식으로 식생활을 바꾸며 건강을 되찾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이 어떻게 사람을 살리고 삶을 바꾸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특히 여름철 읽기에 더욱 잘 어울린다. 책에는 하지 감자와 불뚝김치, 제호탕 등 여름 제철 음식 이야기가 이어지고, "제철 음식을 먹으라"는 말은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의 시간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다.

각 장 끝에는 사찰 음식 레시피 38가지도 함께 실었다. 누구나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건강한 밥상부터 발효 음식까지 실용적인 내용도 담겼다. 선재 스님은 "생각이 바뀌어야 입맛이 바뀌고, 입맛이 바뀌어야 몸이 바뀐다"고 말한다.

무더운 여름, 지친 몸과 마음을 천천히 돌보게 하는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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