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진 교수 "韓, 제조·반도체 강점 살려 AI 룰 세터로 도약해야"[뉴시스 IT 포럼]

기사등록 2026/06/25 10:28:01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제4회 뉴시스 IT 포럼'서 강조

미국·중국이 독점한 챗봇(LLM) 시장 뒤엎을 마지막 기회 '3~5년' 남았다

"프런티어 모델 접근권, 외교·정치·지정학 문제로 확장"

"상호운용성 갖춘 공공 AI 생태계로 단일 모델 종속 막아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 겸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회 뉴시스 IT 포럼, 거대한 해체와 재구성:AI 대전환시대'에서 'K-AI 이니셔티브 전략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목으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2026.06.2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이 독점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시장의 '골든타임'은 이미 끝났다. 이제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비책은 대한민국이 가장 잘하는 제조업 기반의 '피지컬 AI(로봇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점하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회 뉴시스 IT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거대한 해체와 재구성: AI 대전환 시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인공지능 환경 속에서 국가 혁신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최 교수는 이날 'K-AI 이니셔티브 전략을 위한 전제조건'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한국 인공지능의 미래 생존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피지컬 AI 골든타임…"숙련 노동 데이터 보상체계 필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 겸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4회 뉴시스 IT 포럼, 거대한 해체와 재구성:AI 대전환시대'에서 'K-AI 이니셔티브 전략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목으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2026.06.25. kgb@newsis.com

최 교수는 한국이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는 미국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판도를 뒤집을 결정적 기회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반도체, 로봇, 자동차 등 강력한 물리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미국·중국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체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피지컬 AI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가 충분히 모이지도, 생성되지도 않은 무주공산 상태"라며 "기존 산업 경쟁력을 단단히 갖춘 나라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은 수많은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피지컬 AI가 본격화되면 공장에서 일하는 숙련 노동자와 데이터의 가치 배분 문제가 새로운 뇌관이 될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피지컬 AI로 넘어가는 핵심 연료는 숙련공들의 현장 작업 데이터"라며 "그 데이터 소유권이 근로자인지, 대기업인지, 하청업체인지가 앞으로 치열한 법적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3~5년 안에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월드모델' 인공지능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골든타임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런티어 모델 접근권 무기화…"상호운용성으로 종속 막아야"
[서울=뉴시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미국 대학에서 A학점 비중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유토이미지)

최 교수는 글로벌 AI 경쟁의 또 다른 변곡점으로 '미토스 모먼트'를 언급했다. 일부 국가권력과 독점 기업들만 최신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통제하면서, 기술 생태계가 외교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AI 모델 자체가 무기화되면서 독자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가의 경쟁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한국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메모리 등 AI 공급망 핵심 자산을 해외 빅테크와의 협상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 AI 대전환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규범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국내 규범, 양자 규범, 글로벌 규범 등 3개 층위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생태계가 특정 해외 플랫폼에 통째로 종속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상호운용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인프라, 모델, 데이터가 서로 유연하게 연동되는 개방형 구조를 만들어야 공공과 민간 모두가 제대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최 교수는 "AI 혁신을 가속화하려면 공공 부문부터 앞장서서 AI를 도입해야 한다"며 "다양한 서비스를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개방형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는 한시적으로 규제를 멈추는 '일몰제 방식'의 파격적인 실험이 제안됐다. 저작권이나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묶여 데이터 학습 자체가 가로막히면 시작도 하기 전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최 교수는 "지금 데이터를 과감하게 쓰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일몰제를 통해 일단 규제 족쇄를 풀고, 수익 배분이나 저작권 문제는 인공지능을 키워놓은 다음 단계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짚었다.

현실 세계에서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피지컬 AI가 사고를 냈을 때를 대비한 책임 법제와 보험 체계 마련도 과제로 꼽혔다. 당분간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기존 법 체계를 유지하되, 자동화 시스템의 행위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명확히 선을 긋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AI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당분간 사람에게 책임을 귀속하는 기존 법체계를 유지하되 자동화된 시스템의 행위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명확히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피지컬 AI가 현실 공간에서 손해를 일으킬 경우 이를 보상할 보험·책임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한국이 인공지능 시대에 강대국들이 만든 법과 규제를 그대로 받아쓰는 수동적인 '룰 테이커(Rule Taker)'에 머물러서는 승산이 없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제조 기반과 공공 AI 활용 경험을 결합해 전 세계가 따를 새로운 글로벌 규범을 먼저 제안하는 '룰 세터(Rule Setter)'로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전략이다. 최 교수는 "대한민국 손에는 이미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들이 쥐어져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사회에서 새로운 규칙을 창조하는 당당한 AI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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