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무시광겁'…이광기 갤러리끼, 우종택 개인전

기사등록 2026/06/19 00:01:00 최종수정 2026/06/19 00:36:42

2024년 토탈미술관 전시 재구성

26일부터 8월 2일까지 개최

memory of origin, 2026, 가변설치, 석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돌은 침묵한다. 그러나 그 침묵은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길다.

작가 우종택(53)은 이번 전시에서 자연석을 통해 시작을 알 수 없는 시간, '무시광겁(無始曠劫)'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눈앞의 돌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수만 년, 수억 년의 시간을 품은 존재가 되고, 관람자는 그 앞에서 생명과 죽음, 존재와 시간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배우 이광기가 운영하는 경기 파주의 갤러리끼는 오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우종택 개인전 '무시광겁의 묘유(妙有)'를 개최한다.

2024년 토탈미술관에서 선보인 전시를 바탕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을 통해 갤러리끼 공간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됐다. 토탈미술관에서 시작된 '무시광겁'의 사유가 파주라는 새로운 장소를 만나 또 다른 풍경으로 확장됐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자연석이다. 토탈미술관 전시에서 '현목(玄木)'이 생명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긴장을 드러냈다면, 갤러리끼에서는 자연석이 그 사유를 이어받는다.

나무가 한때 생명을 지녔던 존재의 흔적이라면 자연석은 훨씬 더 오래된 지질학적 시간과 침묵을 품은 물질이다. 작가는 자연석을 통해 무시광겁의 시간성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오고, 관람자의 이동을 통해 그 시간이 현재의 감각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전시장 전경 ⓒ갤러리끼  *재판매 및 DB 금지




우종택 작가 사진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무시광겁'은 시작도 끝도 없는 한없는 시간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묘유'는 실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우종택은 이 두 개념을 자연석과 공간 설치를 통해 시각화한다.

중앙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우종택은 전통 수묵의 영역을 현대적으로 확장해온 작가다. 먹과 숯가루, 송진, 백토 등을 결합한 자신만의 '반사수묵' 기법을 구축했으며, 전통 동양회화의 기운생동(氣韻生動), 이형사신(以形寫神), 심원법(深遠法)의 정신을 현대적 설치와 공간 연출로 변용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다. 자연과 얼마나 온전히 공존하는가, 물질과 정신이 어떻게 하나의 장 안에서 교섭하는가에 있다.

이광기 갤러리끼 대표는 "토탈미술관에서 시작된 우종택의 '심원(深遠)'은 이제 파주 갤러리끼에서 또 다른 호흡을 얻는다"며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명의 본질과 존재의 기운을 탐구해 온 우종택 작가의 사유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 수행, 예술이 만나는 공간 속에서 새롭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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