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수입규제 20여일 앞두고 G7 계기 유럽 순방
靑 "韓 무관세 쿼터 잠정합의…주요국 대비 좋은 결과"
李, G7서 트럼프와 환담…"북한 문제 평화적 해결" 요청
캐나다 총리와 회담…60조원 '잠수함 사업' 수주 지원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9박10일간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은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지정학적 갈등 등 복합 위기 상황을 정상 외교 노력으로 타개하려는 과정이었다. 우리나라로서는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주요국과 공유하는 게 필요한데 세계 최대 무역블록인 유럽연합(EU)과 이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구체적으로 다음 달 철강 관세 적용을 앞두고 무관세 쿼터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G7 회의서 만나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교황청 방문에선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등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도 거듭 발신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EU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상호이익' 재확인
이번 순방은 EU가 추진 중인 철강 수입규제 조치 시행을 20여일 앞두고 이뤄졌다. EU는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관세를 물리지 않는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을 기존의 연간 3382만t에서 1835만t으로 약 46%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현행 25%의 관세를 50%로 2배 인상하는 새 관세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EU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철강 무관세 쿼터 최대 확보를 위해 FTA 체결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강력히 요청했다. 철강 문제가 양국 관계에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들이 불합리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구축된 호혜적 경제협력관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결과가 도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EU FTA에 따른 상호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강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EU 측은 "한국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이자,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므로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산 철강의 무관세 물량 확보에 대해 "한-EU 간 잠정 합의한 물량이 있다. 우리로서는 정상회담 계기에 불리한 제도 변경하에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산 부품 비율을 강제하는 EU의 산업가속화법(IAA)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FTA 체결국으로서 EU와 같은 처우를 받기로 했는데, 일부 규정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는 산업계 우려를 전달하며 "한국도 EU와 반드시 같은 처우를 받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EU로 수입되는 탄소 집약 제품에 역내 탄소 가격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는 검증 기관에 한국 기관도 포함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우리 산업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EU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양측은 다자주의의 퇴조와 새롭게 대두되는 경제 통상 움직임에 대처할 방안을 모색해 나가자는 데 서로 의견을 같이했다"며 "우리로서는 철강 관세 쿼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U가 추진 중인 규제 입법이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는 아주 생산적이었다. 추후에 입법 내용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 물류의 중심지인 벨기에 방문을 통해선 우리 기업들의 유럽 진출 협조를 강조했다.
이탈리아와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고,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문화와 관광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의 폭을 크게 넓혔다.
현 정부 들어 우리의 G7 국가와의 관계 격상은 지난 4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 계기 한-프랑스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데 이어 두 번째다.
◇李 2년 연속 G7 참석…글로벌 외교강국 위상 강화
16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G7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현안 대응과 대유럽 외교 확대에 나섰다. 한국은 2년 연속 초청국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굳혔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의 세션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격차가 국가 간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축' 등도 언급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에 열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과 안전 확보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위기와 이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위기와 경제 불균형 문제 등도 폭넓게 다뤄졌다.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식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면 만남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G7 회의 첫날 초청국 환영행사 단체 촬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30여 초간 서서 대화를 나눴다.
대화 주제는 북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의 근황을 묻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만찬 행사에서도 예정에 없던 '환담'을 나눴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옆자리에 앉아 2시간 가량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정상 간 친교와 신뢰를 다지는 계기를 가졌다"며 "한미동맹, 중동 정세 및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 긴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만찬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 이어 한반도에서도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관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위한 기여 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며 "이를 위해 이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8년 전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했다. 이를 두고 이란에 이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첫 교황청 방문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향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며 교황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레오 14세 교황과 면담하고 대화와 화해·협력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의 역할로 방북 타진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평화적 해결'에 방점을 찍고 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며 "트럼프 재임 기간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G7 계기 캐나다·독일 등과 양자 정상회담도 했다.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놓고 한국과 독일 기업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당사국들과 마주 앉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에서 잠수함 사업과 관련 한국의 사업 수주 지지를 적극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유사 입장국으로서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양국 관계가 매우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산 강국인 한국이 신뢰에 기반해 캐나다의 안보 역량 강화에 적극 기여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해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회의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정상으로 G7 정상회의에 두 번 참석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내년에도 초청받는다면 G8에 준하는 지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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