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뺐을 뿐인데"…비만치료제, 남성호르몬·정자 질 대폭 개선

기사등록 2026/06/16 18:00:00 최종수정 2026/06/16 19:06:24
[서울=뉴시스] 위고비 등의 비만 치료제가 남성의 성호르몬 수치와 정자의 질을 높여 불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우영 인턴 기자 = 위고비 등의 비만 치료제가 남성의 성호르몬 수치와 정자의 질을 높여 불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영국 워릭 의과대와 코번트리·워릭셔대 병원 연구팀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18~65세 비만 남성의 가임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 치료제는 성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없이 정자의 형태와 호르몬 수치를 크게 호전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의학계에서 비만은 남성 불임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도한 체지방이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려 정자의 생성 자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자의 형태를 파괴하고 운동성을 떨어뜨려 자연 임신을 어렵게 만든다. 현재 전 세계 남성 인구의 약 7%가 불임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24주간 투여한 연구에서는 호르몬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정자의 형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 다른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역시 비만으로 인해 남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 남성들의 호르몬 수치를 단 4개월 만에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전반적인 건강 예후는 기존의 호르몬 치료만 받은 환자들보다 훨씬 우수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무분별한 '남성 호르몬 대체요법(TRT)'의 부작용을 막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성기능 향상이나 근육 생성을 목적으로 몸에 필요하지 않은 남성 호르몬 주사를 외부에서 주입할 경우, 뇌의 신호 체계가 방해를 받아 오히려 고환 기능이 마비되고 영구적인 불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의 한 유명 인플루언서는 외모를 가꾸기 위해 호르몬제를 남용하다가 결국 영구 불임 판정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연구를 이끈 프라티바 나테쉬 박사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다고 해서 호르몬제부터 처방할 것이 아니라 근본 원인인 비만과 대사 건강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체중을 감량하면 외부 주사 없이도 호르몬 수치가 자연스럽게 회복될 뿐만 아니라 가임력까지 건강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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