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비축유 3월 말 이후 6600만 배럴 방출
현 속도면 승인 물량 9월 초 소진 가능성
쿠싱 재고도 임계치 근접…"원유시장 정상화 수개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15주 넘게 줄어든 원유 재고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앞으로 몇 주간 에너지 가격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신속히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체결되면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소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미국과 각국은 15주 넘게 저장 탱크와 전략비축유를 꺼내 부족분을 메워왔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려도 비축유와 상업 재고가 곧바로 차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석유업계의 시각은 훨씬 어둡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앞서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유 재고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의 2인자인 닐 채프먼 수석부사장은 미국 원유 재고가 “전례 없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주요 원유 저장 거점들이 한계에 부딪히면 현물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략비축유도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은 3월 말 이후 걸프만 연안의 지하 소금 저장시설에 보관된 전략비축유에서 약 6600만 배럴을 꺼냈다. 전략비축유는 1975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 조치 이후 조성된 비상용 원유 저장 체계다.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한 전략비축유 방출량은 모두 1억7200만 배럴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방출이 이어지면 이 승인 물량은 9월 초 소진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방출이 모두 이뤄지면 미국 전략비축유 재고는 2억4300만 배럴까지 내려간다. 2009년 7억 배럴을 넘었던 정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전략비축유를 더 꺼내 쓰면 미국이 새로운 원유 공급 충격이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할 여력도 줄어든다.
쿠싱 재고가 2000만 배럴 안팎까지 내려가면 저장 탱크 운영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탱크는 보통 원활한 출하를 위해 전체 용량의 10~15%가량을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협 재개방 기대에 시장은 일단 안도했다. 14일 오후 거래가 시작된 직후 미국 원유 가격은 4.1% 떨어진 배럴당 81.42달러를 기록했다. 4월 초 113달러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25% 넘게 내려간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합의 기대를 반영한 단기 반응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기뢰 제거와 선박 보험 문제가 남아 있고, 각국이 꺼내 쓴 비축유와 상업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핵 협상도 남아 있다. 해협 재개방 합의가 장기적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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