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려도 유가 안심 못한다…석유업계 "재고 바닥권" 경고

기사등록 2026/06/15 16:36:04 최종수정 2026/06/15 17:26:24

美 전략비축유 3월 말 이후 6600만 배럴 방출

현 속도면 승인 물량 9월 초 소진 가능성

쿠싱 재고도 임계치 근접…"원유시장 정상화 수개월"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진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재점화로 또다시 폭등했다. 국제유가가 1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5.5% 오른 배럴당 92.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4.2% 상승한 배럴당 94.98달러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 해상에 화물선과 산업용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6.02.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커졌지만, 석유업계에서는 원유 재고가 이미 위험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15주 넘게 줄어든 원유 재고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앞으로 몇 주간 에너지 가격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신속히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체결되면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소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미국과 각국은 15주 넘게 저장 탱크와 전략비축유를 꺼내 부족분을 메워왔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려도 비축유와 상업 재고가 곧바로 차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석유업계의 시각은 훨씬 어둡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앞서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유 재고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고 각 국 비축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24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 공단에 원유 저장탱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6.03.24. bbs@newsis.com.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는 원유 공급 압박이 세계 곳곳에서 곧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퀀텀캐피털그룹의 윌 밴로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막혀 시장에 나오지 못한 원유 때문에 하루 10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부족을 가격 상승으로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의 2인자인 닐 채프먼 수석부사장은 미국 원유 재고가 “전례 없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주요 원유 저장 거점들이 한계에 부딪히면 현물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략비축유도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은 3월 말 이후 걸프만 연안의 지하 소금 저장시설에 보관된 전략비축유에서 약 6600만 배럴을 꺼냈다. 전략비축유는 1975년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 조치 이후 조성된 비상용 원유 저장 체계다.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한 전략비축유 방출량은 모두 1억7200만 배럴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방출이 이어지면 이 승인 물량은 9월 초 소진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방출이 모두 이뤄지면 미국 전략비축유 재고는 2억4300만 배럴까지 내려간다. 2009년 7억 배럴을 넘었던 정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전략비축유를 더 꺼내 쓰면 미국이 새로운 원유 공급 충격이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할 여력도 줄어든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3%대 하락한 가운데 이번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도 4주 연속 소폭 하락했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리터당 0.5원 내린 2009.9원, 경유는 전주 대비 0.3원 하락한 2004.8원을 기록했다.14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하고 있다. 2026.06.14. yesphoto@newsis.com
상업용 원유 재고도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핵심 원유 저장지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재고는 최근 2100만 배럴로 줄었다. 한 주 사이 약 100만 배럴 감소했다.

쿠싱 재고가 2000만 배럴 안팎까지 내려가면 저장 탱크 운영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탱크는 보통 원활한 출하를 위해 전체 용량의 10~15%가량을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협 재개방 기대에 시장은 일단 안도했다. 14일 오후 거래가 시작된 직후 미국 원유 가격은 4.1% 떨어진 배럴당 81.42달러를 기록했다. 4월 초 113달러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25% 넘게 내려간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합의 기대를 반영한 단기 반응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기뢰 제거와 선박 보험 문제가 남아 있고, 각국이 꺼내 쓴 비축유와 상업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핵 협상도 남아 있다. 해협 재개방 합의가 장기적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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