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부푼 업계, 회복까지 정부 도움 강조
전문가 "3개월 정도 예상…지원 연장 필요"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07일간의 전쟁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하면서 극한으로 내몰렸던 중소기업계도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문제를 다루지 않은 불완전한 협상인 데다, 종전 이후 피해 복구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중동전쟁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가 마침내 타결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면 승인하며, 동시에 미 해군의 해상 봉쇄를 즉각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도 미국과의 휴전 합의를 위한 양해각서를 최종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이달 19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중동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그간 원재료비와 운임비 폭등으로 고통받아 온 국내 중소기업들도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동전쟁 개시 후 이달 12일까지 총 918건의 피해·애로 사항(우려 포함)이 접수됐으며, '운송차질'과 '물류비 상승'이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혔다.
광케이블 제조업체 대표 이모(75)씨는 1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기대가 크다. 전쟁으로 인한 생산 차질 탓에 중국 공장에 빼앗긴 물량이 많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30%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리는 이씨의 회사는 전쟁으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4500만원이 넘는 웃돈을 얹어 육로 운송까지 감행해야 했다.
이씨는 "정상화가 되면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 수출바우처로 7000만원을 지원받아 그나마 수출을 이어왔지, 그 돈이 없었으면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중동전쟁으로 입은 피해가 회복될 때까지 지원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프타(납사)' 가격 폭등을 겪은 플라스틱 업계는 크게 반색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에 필요한 핵심 원료인데 2024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중동 나프타 수입 의존도는 82.8%에 달한다.
플라스틱 식품 용기를 생산하는 제이엠의 장중렬(58) 대표는 "전쟁이 터지고 원료 가격이 톤당 100만원이 올랐다. 전쟁 전보다 40~50% 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정부가 나서면서 지난달부터 수급이 안정을 찾았고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가격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쟁이 잘 마무리되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물론 100만원 오른 게 한꺼번에 떨어지진 않겠지만 절반만 내려가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절반 수준까지는 4~5개월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올해 3~4월에 비싼 값에 원자재를 사둬서 지금은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다. 그 여파로 지난달 플라스틱 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30~35% 급감했다"며 시장 가격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중소기업의 완전한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및 제재 문제를 향후 별도 협상으로 미뤄 아직 완전한 합의로 보기 어려운 데다, 호르무즈 해협도 기뢰 제거 등 재개방 준비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3개월가량이 걸릴 것 같다"며 "국내 상황이 여전히 어렵고 전쟁의 위협이 완전히 가셨다고 보기 힘든 만큼, 중소기업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지원은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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