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19 봉쇄·북러 군사 밀착으로 냉랭했던 中 관계 회복
전문가 “중러, 北 비핵화 압박 않는 것은 김정은에 큰 전략적 승리”
“北, 대외관계 기능별로 구분해 러=군사, 중=경제 비중”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 관계를 이용해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의 8∼9일 북한 방문은 김 위원장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경이 봉쇄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냉각됐다.
시 주석이 7년만이자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북한을 찾아 김 위원장과 회담하면서 양국간 오랜 경제 및 문화적 유대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시 주석의 방북에 앞서 중국은 3월 북한과 열차와 여객기 운항을 재개하는 등 분위기 조성ㅇ 나섰다.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패트리샤 킴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보를 위한 암묵적인 경쟁에서 이득을 보고 있으며 가장 큰 승자”라고 말했다.
킴 연구원은 “중러 모두 북한에 (비핵화) 협상 테이블 복귀나 약속을 압박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김정은에게 큰 전략적 승리”라고 말했다.
북한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약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중국보다 핵보유국임을 인정하는 데 훨씬 더 가까워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년 전 북한 비핵화는 “모든 의미를 잃었다”며 “이미 끝난 문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에 신중하면서도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도 언급하지 않았다.
킴 연구원은 중러 모두 북한을 우호적인 관계로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요한 병력과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북한이 다른 강대국에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취임 후 북한의 잇단 핵실험 등을 이유로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국가주석 취임 후 약 7년이 지난 2019년 6월에야 북한을 찾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미국과 접근하는데 따른 경계심이었다.
이번 방북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의 급속한 접근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한국 프로그램 책임자 제니 타운은 “북한과 김정은에게 시 주석 방북은 그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확실히 부각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더 이상 국제 사회에서 배척받는 인물이 아니며 주요 강대국의 전쟁 파트너로서의 자질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소장인 니클라스 스완스트롬은 “평양은 의도적으로 대외 관계를 기능별로 구분하고 있다”며 “러시아와는 군사적 협력을 가속화하고 중국은 경제적 협력에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댓가로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징적 제스처로 지난달 9일 모스크바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북한 군대가 참가했다고 SCMP는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해당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대외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4월 북중 교역액은 약 22억 5000만 위안(약 5000억원)으로 유엔의 북핵 제재가 시행된 201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완스트롬 소장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를 이용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동시에 중국을 이용해 경제와 국제적 위상을 안정시키는 등 중러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절박함이 아니라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델루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에게 최적의 상황은 중러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양국과의 동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한반도 담당 선임 컨설턴트 크리스토퍼 그린은 “북한은 이 분쟁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북한이 큰 이득을 얻은 것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전략보다는 운에 더 의존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북한은 사업하기에 매우 어렵고 사실상 무의미한 곳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앞으로도 러시아 극동 지역에 노동자를 계속 보내고, 러시아 군수품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외에는 양국 관계가 서서히 정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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