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 500척 걸프만 남은 것으로 추산
동시 다발적으로 통행하면 혼란 발생 가능성
"2027년까지 석유 시장 혼란…인프라 회복 등"
[서울=뉴시스]고재은 신정원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합의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더라도 병목 현상이 해소되려면 수주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가 마침내 타결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면 승인하며, 동시에 미 해군의 해상 봉쇄를 즉각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합의 세부 내용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양측이 오는 19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려면 이란은 해협 내 기뢰를 제거하고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은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선언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완전 개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쟁 이후 약 500척 상선이 걸프만에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인 상선이 해협을 통과하는 데 약 8시간 걸리고, 특히 조정된 통과 시스템에 맞춰 운항할 경우 병목 현상이 단계적으로 해소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앞서 국제해운회의소(ICS), 빔코(BIMCO) 등 주요 해운 단체들은 해협 재개방을 대비해 선주들에게 내린 지침에서 '동시적이고 조율되지 않은 통과로 인한 혼잡' '불규칙한 기동(erratic manoeuvring)' '예측 불가한 선박 움직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협 내 기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은 전쟁 이후 수십 개의 기뢰를 설치했지만, 어디에 설치했는지 불분명하다. 일부는 이동 가능한 방식으로 부설된 것으로 알려져 제거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재개방 가능성을 홍해 해운 상황과 비교했다. 홍해는 지난해 미국과 후티 반군이 합의를 이뤘음에도, 통행량이 분쟁 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
크로프트는 "현재 홍해 통행량은 분쟁 전보다 약 56% 감소한 상태"라며 "많은 대형 해운사가 안보 우려로 여전히 (홍해) 항로를 우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MST파이낸셜 에너지 분석가 사울 카보닉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도 "석유 시장은 2027년까지 공급 부족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상 운송 물류 회복, 에너지 인프라 복구, 고갈된 석유 재고 비축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합의는 길고 복잡한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며 "해협은 천천히 부분적으로 개방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사실상 해협 통제권을 넘겨준 만큼,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든 이란에 의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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